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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얌통머리'는 '얌체'로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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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호 기자 ] “에이~, 얌치머리 같으니….” “이 얌통머리야!” “이런 얌체를 봤나.” 이런 표현도 많이 쓰지만, 이 가운데 정상적인 표현은 ‘얌체’뿐이다. 나머지 둘은 불완전한 표현이다. 이들은 모두 한자어 ‘염치(廉恥)’에서 온 말이다.

지난 호에서 ‘싸가지’가 쓰이는 용법에 관해 살펴봤다. 요약하면, “그 사람 싸가지야”라는 말은 어법적으로 허용된, 바른 어법이 아니다. 불완전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싸가지 없다”라고 해야 하는데 뒤의 부정어를 생략한 채 ‘싸가지’를 의인화해 쓰는, 의미 변화 중에 있는 말에 불과하다. 이 ‘싸가지 없음’이 아주 심해지면 ‘밥맛없음’이 된다. 이때의 ‘밥맛’도 ‘싸가지’와 비슷한 쓰임새를 보인다.


‘얌체’는 ‘얌통머리 없는 사람’

‘밥맛’은 글자 그대로 ‘밥에서 나는 맛’ 또는 ‘음식이 입에 당기어 먹고 싶은 상태’를 나타낸다. ‘밥맛(이) 좋다’거나 ‘밥맛(이) 있다/없다’라고 한다. 그 가운데 ‘밥맛 없다’를 붙여서 ‘밥맛없다’라고 한 단어로 쓰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아니꼽고 언짢아 상대하기가 싫다’란 뜻이 된다. ‘밥맛’의 본래 의미를 잃고 새로운 말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입말에서 “걔 정말 밥맛이야”라는 말도 쓴다. 이때의 ‘밥맛이다’는 ‘밥맛없다’와 같은 뜻으로 쓰는 것인데, 이런 말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다. 원래 “밥맛없어”라고 할 것을 뒤의 부정어를 버린 채 변형된 형태로 쓰는 것이지만 아직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밥맛없다/밥맛이다’의 관계는 그동안 살핀 ‘주책없다/주책이다’ ‘엉터리없다/엉터리다’ 같은 말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의미 변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에이~, 얌치머리 같으니….” “이 얌통머리야!” “이런 얌체를 봤나.” 이런 표현도 많이 쓰지만, 이 가운데 정상적인 표현은 ‘얌체’뿐이다. 나머지 둘은 불완전한 표현이다. 이들은 모두 한자어 ‘염치(廉恥)’에서 온 말이다. 염치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인의예지 사단(四端)의 하나인 수오지심(羞惡之心)과 비슷하다. ‘얌치’는 염치가 변한 것이고 이를 더 속되게 이르는 말이 얌치머리다. 그 말이 한 번 더 형태를 바꾼 게 얌통머리다. 반대로 ‘체면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염치없다’라고 한다. 따라서 ‘염치없다, 얌치없다, 얌통머리 없다’가 모두 같은 말이다. 이들 말은 한 번 더 바뀌는데 ‘얌체’가 그것이다. 이는 ‘염치없고, 얌치없고, 얌통머리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얌치머리, 얌통머리, 얌체가 모두 같은 ‘염치’에서 왔지만 그 가운데 ‘얌체’만 의미변화를 일으킨 셈이다.

아직은 부정어 생략하면 안 돼

문제는 사람들이 ‘얌체’에 이끌려 나머지 말에서도 부정어를 생략한 채 “이 얌통머리야!” 식으로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얌통머리의 의미가 얌체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어법적으로 허용된 말이 아니다. ‘없다’를 생략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이 언행이 경솔해 신망이 없을 때 그를 가리켜 “이런 채신머리하고는…” 하고 놀림조로 말하곤 한다. 이 역시 정상적인 표현이 아니다. ‘채신머리’는 ‘처신(處身)’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처신이란 ‘세상살이나 대인관계에서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을 뜻한다. 처신은 한자어지만 여기서 변한 말 ‘채신’ 또는 ‘치신’은 고유어처럼 굳었으므로 한글로만 쓴다.

처신을 제대로 못 할 때 ‘채신없다, 채신머리없다, 치신머리없다’라고 한다. ‘~사납다’라는 말도 함께 쓴다. 모두 ‘~없다/사납다’를 생략해선 안 된다.

이를 자칫 ‘체신없다, 체신머리없다, 체신사납다’라고 쓰기 쉬운데 이는 틀린 말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만 북한에서는 ‘체신’도 함께 쓴다는 점도 참고로 알아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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