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주택임대시장에 직접 개입하려고 한다. 주택의 전세나 월세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상승폭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무주택자 서민을 위한다는 취지이지만 시장 가격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이다. 안 그래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통신비, 카드수수료, 보험료 등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신(新)관치’ ‘가격 통제’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주거 안정을 내세운 정부의 ‘전월세상한제’도 그 연장이다. 명분은 분명하지만 정부가 주택 임대료의 등락폭을 법으로 강제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도 예상된다.
찬성
“서민 주거안정에 반드시 필요 정부가 집값에 적극 개입해야”
한국인들 다수가 민간 임대시장의 주택에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다. 임차료, 계약 연장 등에서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자기 집이 있으면서 개인 사정이나 필요에 따라 임대를 택한 경우도 있지만 무주택자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최근 서울 등지에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임대시장도 덩달아 불안정해지고 있다. 집 구입이 힘든 세입자들에게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주택이 오를 때 임대인(집주인)보다 임차인(세입자)들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더 많다. 여러 가지 문제가 예상되지만, 가장 큰 이슈가 급격한 임대료(전세 및 월세 비용) 인상이다. 임대료를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와 연계해 일정 선으로 묶자는 게 전월세상한제 취지다. 서구 국가 중에서도 임대료에 정부가 개입하는 법을 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대기간은 이미 법적으로 2년이 보장되고 있는 만큼 가격 문제보다 덜 다급하다.
민간 임대시장에서 주거 불안 요인이 계속 커지면 결국 정부가 공공 임대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펴야 하는데 늘 재원이 부족하다. 복지예산이 급팽창하면서 예산이 부족한 공공 영역이 한두 곳도 아니다. 결국 시장원리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론에도 불구하고 정부 개입으로 서민 주거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전월세상한제 도입 주장이 처음 제기된 게 10년도 더 됐다. 하지만 아직도 임대료 폭등론에 사로잡혀 시행을 못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임대료가 오르고 2년 이상 주택의 공급이 감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단 시행한 뒤 나타나는 양상을 보면서 수정 보완해 갈 수도 있다.
반대
“사유재산권 침해는 곤란 일방적인 법제화 부작용 커”
전월세에 상한 범위를 무리하게 법으로 정하자는 취지가 무엇인가. 근본 이유는 경제적 약자들이 다수인 세입자 보호다. ‘서민주거안정’ ‘주거권 보장’ 같은 구호들이 그렇게 나왔다. 하지만 정책 동기가 선의에서 출발했다고 결과까지 좋게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 임대료에 대한 정부 개입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주택시장 구조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전세나 월세를 내는 임대주택이 공공주택이라면 문제는 쉽다. 하지만 전국의 일반주택 1900여만 가구 가운데 전월세는 750만 가구가량이고, 이 중 4분의 3이 민간 임대주택이다.
민간 주택, 사유재산에 대한 간섭은 기본적으로 헌법에 규정된 자유시장경제의 근본 원리와 맞지 않는데다 정부가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예상해야 한다. 임대인이 사유권 침해의 이런 간섭행정에 반발해 임대를 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서 물량 감소로 인한 임대료 상승도 염두에 둬야 한다. 임대료 인상을 강제로 막으면 집주인은 주택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임대주택의 질은 계속 나빠질 것이다. 주거복지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이 또한 세입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과거 법으로 주택임대(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토록 한 적이 있다. 이때도 세입자의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이 결과 전셋값이 17% 폭등했다.
시장 가격은 오르는데 억지로 임대료를 묶겠다면 반대급부로 집주인에게 혜택을 주는 게 필요하다. 주택 유지관리 비용 지원,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감면 같은 방안이 있다.
○ 생각하기 "상한제 도입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도 생각해야 하고, 임대료가 폭등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함께 고려해야 할 문제다.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묵직한 논란거리도 무시할 상황은 아니다.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때 집주인에게 세금 감면 및 노후 주택 지원도 좋은 유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공공임대를 꾸준히 늘려 나가는 것도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선의가 결과까지 선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조차 걱정하는 정책이라면 정부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 정부가 어느 한쪽 편만 들면 부작용이 커지기 마련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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