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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강남 부동산시장이 외국인에 휘둘리면…그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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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도 외국인 비중 높아져
외자 이탈에 따른 '역자산 효과' 대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국내 증시에 이어 부동산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의 지배 문제인 ‘윔블던 현상’이 우려 단계에 이르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외국인이 국내 토지뿐만 아니라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을 꾸준히 사들인 결과다.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에 의해 교란 요인이 발생할 경우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장은 의외로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의 토지 보유, 주택 소유 등이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매건수가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보유 동기가 아직은 실수요가 많지만 투기 목적으로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보유 주체별로는 토지의 경우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 등 ‘검은 머리 외국인’이 아닌 순수 외국인 비중이 면적, 금액 모두 늘어나고 있다. 국적별로는 유럽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작년까지 급증했던 중국 비중은 차이나머니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으로 올 들어 감소하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윔블던 현상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순기능으로는 각종 부동산 서비스 개선, 부동산 제도와 감독 기능 선진화, 그리고 대외신인도 제고 등이 있다. 하지만 국부 유출, 국민 주거생활 불안정, 자살 등 사회병리 현상과 같은 역기능이 그 어떤 시장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앞으로 부동산의 증권화가 진전되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윔블던 현상이 심화되고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따른 교란과 피해가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국가의 부동산 간접투자는 리츠(REITs) 상품 위주로 성장해 왔다. 국내 시장은 아직 그 규모가 작고 투자 범위도 오피스빌딩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

현재 부동산 가격은 소득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개인의 부채 비율도 커 부동산 현물이 거래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주택에 대한 인식도 소유보다 주거 개념으로 빠르게 변하는 추세다. 이런 여건에서는 부동산 현물을 담보로 금융상품을 개발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요구가 공급자뿐만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 높아질 것으로 보여 부동산의 증권화는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자산에 비해 부동산의 ‘역(逆)자산 효과’가 큰 점도 증시보다 윔블던 현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갑작스런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문제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는 근거다. 역자산 효과란 주식,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가치 변화에 따라 가구의 소비 수준이 감소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말한다.

역자산 효과는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과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가설에 따른 소비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가구는 전 생애에 걸쳐 소비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어 소비 지출은 현재 소득과 미래에 기대되는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 자산의 가치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두 이론의 핵심이다.

보유 자산의 가치 변동은 자산 처분, 자산담보 대출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경로로 소비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역으로 자산가치 하락 시 소비 지출 감소를 유발하게 된다. 가구 소비의 자산 효과는 금융제도 특성, 가구 자산 구성, 금융자산 축적 정도, 주거 형태 차이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어느 국가든 부동산의 역자산 효과는 주식보다 최소 두 배 이상 크다는 것이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s)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등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식자산이 1달러 증가하면 소비가 3~4센트 증가하는 반면, 주택 자산의 소비 증대 효과는 1달러당 10~15센트로 최소 주식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반대로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소비에 미치는 역자산 효과는 같은 폭으로 상승할 때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국내 부동산 가격 변동에 따른 자산 효과를 연구한 것을 종합해 보면 주택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의 탄력성은 0.1 수준으로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연구 결과와 비슷하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와 같은 환금성이 높은 아파트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변화의 탄력성은 0.23으로 매우 높게 나온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도 행동주의 헤지펀드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수익이 되면 모든 것을 하는 펀드를 말한다. 현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마련할 때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따른 교란 요인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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