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대기업 전유물서 소상공인 영역으로
상품 배열·마케팅에 적극 활용
① 억대 매출액 소상공인 성공신화…비결은 '플랫폼'
② "하루에 전화만 200통"…명함 대신 스마트폰 든 차 수리공
③ 누구나 보는 네이버, 병아리 사장님도 쉽고 빠른 창업
④ 고객도 모르게 빠져드는 쇼핑몰, '빅데이터'가 일등공신
⑤ 24시간 잠들지 않는 직원, 그 이름은 'AI'
30대 주부 김지혜씨는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다 A쇼핑몰에서 블라우스 하나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를 하려다 화면에 추천 상품으로 뜬 치마와 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고민하다 치마 하나를 더 사기로 결정했다.
평소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20대 직장인 박정환씨는 B쇼핑몰 할인 쿠폰을 문자메시지로 받았다. 오랜만에 쇼핑몰에 들어갔다가 몇 달 전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운동화를 발견했다. 그동안 쌓인 적립금도 1만원이 넘었다. 박씨는 쿠폰에 적립금까지 써서 알뜰하게 신발을 샀다.
◆ 쇼핑몰에 숨은 빅데이터
두 사람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들의 구매 과정에는 '빅데이터'가 영향을 미쳤다. A쇼핑몰은 김씨가 고른 블라우스와 함께 구매할 가능성이 큰 상품을 잘 보이는 곳에 노출했다. B쇼핑몰은 재방문해 돈을 쓸 확률이 높은 이용자에게 쿠폰을 보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쇼핑몰의 판매 전략이 먹힌 셈이다.
빅데이터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이 유용하게 쓰는 대표적인 정보기술(IT) 분야다. 마케팅부터 상품제작, 재고 관리 등 쇼핑몰 곳곳에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운영자 개인이 경험이나 감(感)으로 하던 업무 상당 부분이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과거 빅데이터는 대기업과 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다양한 산업계에서 마케팅이나 상품 기획 전략을 짜는 데 빅데이터가 적극 활용됐다. 반면 소상공인들이 빅데이터의 가치를 체감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소규모 영세 사업자가 빅데이터와 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프라에 접근하는 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빅데이터가 소상공인의 영역까지 성큼 들어온 데는 IT 플랫폼과 서비스 사업자들의 역할이 컸다. 개인 쇼핑몰을 열어주는 카페24, 메이크샵 등 쇼핑몰 호스팅 업체는 빅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솔루션을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상품 배열부터 마케팅까지 도와주는 일종의 툴이다. 쇼핑몰 운영자는 자신의 쇼핑몰에 해당 솔루션을 간편하게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
이재석 카페24 대표는 "빅데이터 서비스는 쇼핑몰 운영자들이 상품과 콘텐츠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이를 바탕으로 각 쇼핑몰이 개성이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를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을 개방했다. 데이터랩에서는 누구나 특정 검색어의 검색량 변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준이 보다 세분화돼 성별, 연령별, 플랫폼별, 기간별 검색량 변화를 자세히 비교할 수 있다.
데이터랩은 유행에 민감한 쇼핑몰 사업자들이 상품 제작이나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옷 쇼핑몰 운영자의 경우 '스키니진' '슬랙스' '부츠컷 청바지'의 검색량을 각각 비교해보고 상품 구성에 반영할 수 있다.
◆ 빅데이터 적용했더니 쇼핑몰 주문 '껑충'
카페24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개발한 상품 추천 서비스 '스마트추천'은 1만3300여개의 쇼핑몰에서 사용 중이다. 스마트추천을 도입한 쇼핑몰은 2013년부터 연평균 90%씩 증가해왔다.
이 서비스는 쇼핑몰 이용자의 이동경로와 클릭수, 주문내역, 상품가격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이 관심있어 할 상품을 추천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다른 손님이 구매한 아이템' '어울리는 아이템' 등으로 추천되는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쇼핑몰 '미아마스빈'의 경우 일반 상품보다 스마트추천을 통해 노출된 상품의 주문수가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24의 또다른 빅데이터 기반 솔루션 '리마인드미'는 쇼핑몰 고객의 재방문과 구매를 유도한다. 이 서비스는 회원정보와 장바구니, 관심상품, 쿠폰, 적립금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타깃 고객에게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발송한다.
가령 적립금이 많은 이용자가 장바구니에 제품을 담아놓았을 경우 구매 확률이 높은 것으로 판단해 쿠폰 등으로 재방문을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이 서비스는 현재 6500여개 쇼핑몰에서 사용 중이다.
여성옷 쇼핑몰 '핫핑'은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도입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목표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6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김여진 핫핑 대표는 "과거에는 감으로 상품을 배치했지만 현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잘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전면에 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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