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수익률 올리기 '고육지책'
액티브펀드 18% ETF에 투자…'자사 ETF 팔아주기' 의혹도
운용사 "미국 펀드도 늘리는 추세…수익률 측면에서도 더 낫다"
[ 김우섭 기자 ]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펀드’들이 ‘패시브펀드’의 대표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를 담기 시작했다. 2015년 하반기 이후 대형주 장세에서 패시브펀드가 더 좋은 성과를 낸 데다 효과적으로 자산을 배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유망한 주식을 발굴하는 대가로 운용보수를 받는 펀드매니저가 시장 흐름에 ‘베팅’하는 ETF에 투자하는 건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ETF는 특정 종목 대신 지수나 자산군에 투자하는 펀드다.
◆ETF 보유 펀드 20% 육박
1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탁월한 종목 선택으로 국내 펀드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미래에셋인디펜던스’ 펀드는 전체 포트폴리오(지난 4월3일 기준)의 12.21%를 ETF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펀드는 자사의 ‘TIGER 반도체’ ETF(펀드 내 비중 3.65%) ‘TIGER 200 IT’ ETF(3.23%) 등에 투자했다.
‘교보악사우리겨레통일’은 펀드의 8.26%를 ETF에 투자하고 있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파워 K200’(6.61%)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연금펀드인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2030연금전환’은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만 20.13%(펀드 내 ETF 비중 25.0%)를 넣었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액티브펀드 236개 가운데 ETF를 담은 펀드는 43개(18.22%)에 달했다. 수년 전만 해도 액티브 펀드매니저가 ETF를 담지 않는 건 ‘불문율’로 통했지만 최근 들어 투자 패턴이 바뀐 것이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펀드매니저들은 이 같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최고투자책임자(CIO)급 펀드매니저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종목을 발굴한 뒤 주가가 오르면 파는 게 펀드매니저의 역할이자 자부심”이라며 “지수 상품은 발굴 대상도, 장기 투자 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펀드에 ETF를 담을 경우 기존 펀드 운용 보수에다 ETF 운용 보수까지 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보통 한 종목을 사고팔 때마다 0.5% 정도의 수수료(거래세 0.3% 포함)를 낸다. ETF는 거래세를 내지 않지만 펀드 상품이다 보니 연 0.3~0.7% 정도의 운용 보수를 뗀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거래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자사 ETF를 팔아주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ETF 판매 회사와 펀드 운용회사가 같다 보니 자사 ETF를 살리기 위해 해당 상품을 담으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미국서도 ETF 투자 늘어”
대형주를 선호하는 펀드매니저를 중심으로 변화의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ETF를 담는 게 수익률 측면에서 더 낫다고 주장한다. 2년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 장세에서 개별 종목 매매로는 펀드매니저들이 ‘알파(추가) 수익’을 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형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지난 14일 기준)은 15.84%. 지난 1년간 23.01% 오른 코스피200 상승률보다 7.17%포인트 낮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도 펀드에 ETF를 담는 게 큰 흐름”이라며 “ETF 종류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종목에 투자하듯 ETF를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ETF 투자가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펀드매니저가 종목 교체나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개별 종목을 팔기 시작하면 해당 종목 주가도 떨어진다. 펀드 규모가 클수록 타격이 크다. 반면 ETF를 매매하면 개별 종목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기업 분석이 부족하지만 시장이나 업종에 대한 확신이 있을 경우 ETF를 담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원유 등 일시적으로 가격이 조정된 자산군에 단기로 투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액티브(active)펀드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가 개별 종목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선별적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펀드.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로 패시브 상품에 비해 수수료가 높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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