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NAFTA 재협상서 추진 밝혔지만 사실상 한·중·일 3국 겨냥한 경고
통상 전문가들 "개입엔 개입으로"…'맞대응 환율조작론'까지 등장
[ 박수진 기자 ]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행보가 5월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취임하면서다. 현재 검토 중인 철강 수입규제 등에 더해 모든 무역협정에 환율조작 금지 조항을 집어넣고, 해외 교역국의 환율조작 행위에 환율 개입으로 맞대응하는 방안까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환율조항 타깃은 韓·中·日”
2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채널인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최근 미 상·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때 환율조작 금지 규정을 포함할 수 있는가’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좋은 생각이다.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더 나아가 “NAFTA 재협상뿐 아니라 앞으로 체결하거나 재협상하는 무역협정에 모두 이 같은 조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NAFTA 재협상안에는 환율 조항이 들어 있지 않았다”며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새로운 뭔가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오는 8월16일부터 멕시코 캐나다와 NAFTA 재협상을 시작한다고 의회에 통보한 상태다. 에스워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환율시장 개입을 거의 하지 않는 나라”라며 “이런 조항을 삽입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개입으로 맞대응도”
이들 교역국의 환율조작 행위에 더 공세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 경제·통상 분야 전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다음달 6일 워싱턴DC 본부에서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 빌 포스트 연방 하원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율 갈등과 통상정책: 미국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라는 세미나를 연다. 같은 이름의 책 발간을 겸해 여는 행사의 핵심 주제는 ‘맞대응 환율개입’ 정책 도입 건이다.
맞대응 환율 개입은 교역 상대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조작에 나서면 미국도 상대국 통화를 똑같은 양만큼 사들여 상대국의 조작에 따른 영향을 상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들일 상대국 통화가 마땅치 않으면 교역 상대국이 달러화 자산으로 벌어들인 수익에 세금을 물리거나, 더 이상 달러 자산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할 수도 있다. 상대국이 통화 가치 하락으로 혜택을 본 만큼 상대국의 수출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거나 부과금을 물리는 등 다양한 보복 행위도 병행할 수 있다.
통상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이 정책을 제안한 프레드 버그스텐 PIIE 설립자(현 선임연구원)는 저서 《환율갈등과 통상정책: 미국을 위한 새로운 전략》에서 “지난 70년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통상정책으로 잡으려 했으나 실패했다”며 “환율정책과 통상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규제 조치도 ‘속도전’
졸릭 전 총재도 “맞대응 환율개입 정책은 무역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던 불균형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매우 도발적이어서 국가별 환율전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말부터 △교역국별 무역수지 적자 원인 분석 △미 정부기관의 미국산 구매·미국인 채용 확대 △철강·알루미늄 수입이 미 안보에 미치는 영향 분석 △세계무역기구(WTO)를 포함한 무역협정 문제점 점검 등을 지시하는 등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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