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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 '모 아니면 도'…통임대 건물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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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흥망따라 건물도 희비
가로수길 4~5층 '플래그십 매장', 통임대료 월 1억5000만원 달해

독특한 외관…건물 인지도 상승
브랜드 철수 땐 장기간 공실



[ 윤아영 기자 ]
서울 명동, 가로수길, 홍대 등 광역상권에서 ‘통임대’ 매장의 공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임대 매장이란 한 업체에 3~5층 규모 건물 전체를 통으로 빌려준 매장을 말한다. 기존 임차인이 나가면서 공실률이 0%에서 100%로 한꺼번에 높아져 수익률이 급감하는 곳이 등장하고 있다.

◆통임대 매장 철수 잇따라

통임대의 주 수요자는 국내외 유명 패션업체나 화장품 제조업체다. 이들 업체는 플래그십 매장(특정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명동, 가로수길 등 유동인구가 많은 광역 상권에 있는 건물 전체를 빌린다. 업체들은 건물 외관을 독특하게 꾸미거나 광고 문구 등을 내걸어 매출 향상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까지 노린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 명동, 홍대, 청담동 등 핵심상권은 플래그십 매장이 1순위로 들어서는 지역이다.

건물주로서도 브랜드 매장이 통째로 들어오면 공실률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선호해왔다. 임차인이 많은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매력이다. 비용 회수를 위해 5~10년 정도 장기간 빌리는 사례가 많다. 유명 브랜드가 입점한 매장으로 알려지면서 건물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매출이 떨어지면서 플래그십 매장이 철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명 패션기업인 A&F(아베크롬비&피치)의 영캐주얼 브랜드인 홀리스터가 올해 안에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을 철수할 계획이다. 2013년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연 이 매장은 지하 1층~지상 4층 등 총 5층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국내 매출이 저조하자 모회사에서 철수를 결심했다.

지상 5층까지 6개 층을 통째로 쓰던 글로벌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브랜드인 포에버21도 2015년 가로수길 플래그십 매장을 4년 만에 정리했다. 해외 컨템퍼러리 브랜드 띠어리도 가로수길에서 철수했다.

가로수길의 지상 4~5층 소형 빌딩 월 임대료는 5000만~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임차인은 많지 않다. 신사동 A중개법인 관계자는 “재작년 메르스 사태 이후 유커(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이 점차 줄면서 유명 브랜드 매출이 급감했다”며 “적자가 지속되고 브랜드 광고효과도 예전같지 않아 업체들이 철수를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 공실 위험 노출

유커들이 즐겨 찾던 명동에서도 유명 브랜드 업체들이 폐업을 선언하고 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높은 임대료는 떨어질 줄 몰라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명동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11.2%로 조사 이래 최고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다가 올해 1분기 5.5%로 다시 상승전환했다.

임대료는 서울에서 가장 비싼 반면 매출은 급속도로 줄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 1분기 말 명동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당 27만7200원으로 서울 평균(5만9200원)의 5배에 가깝다. 그러나 관광객 수는 지난 3월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금지하면서 급감했다. 3월 방한한 유커 수는 3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줄었다. 160여 개의 명동 소재 화장품 매장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통임차한 브랜드 업체가 철수를 결정하면서 건물주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임차인은 철수 6개월 전에 계약 해지 통보를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6개월 새 건물 전체를 통으로 빌릴 임차인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 광역 상권에서 통임대를 원하는 건물이 몇 달째 비어 있는 경우를 빈번하게 볼 수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최성호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통임대한 건물에 새 임차인을 들이려면 인테리어도 전부 새로 해야 한다”며 “통임대하느니 층이나 실별로 나눠서 임대하는 게 건물주로서는 안정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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