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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이대리] 보험사 경력 10년…"진료 차트 분석요? 의사 뺨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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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해결사' 된 보험사 직원들

군기 잡는 '엄마뻘 설계사'…"시어머니 30명 모시는 기분ㅠㅠ"



[ 박신영/김순신/윤희은/이지훈 기자 ]
보험 사기 사건의 제보자가 최근 역대 최고의 신고 포상금을 받았다. 90여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를 위장해 아내를 살해한 보험사기 사건을 제보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생명보험협회에서 1억6800만원, 손해보험협회에서 2500만원 등 모두 1억9300만원을 받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보험사의 김과장 이대리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한동안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정작 보험금을 줘야 할 때는 제대로 주지도 않으면서, 엉뚱한 곳에서 보험 사기나 당하고 있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김과장 이대리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보험금 지급 기준인 약관이 엄연히 있는데도, 고객들은 보험금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으면 무조건 화부터 낸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보험금 지급에 불만을 품은 일부 고객들로부터 감금과 폭행까지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사소한 자동차 접촉 사고만 나도 보험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온갖 민원이 몰려든다는 푸념도 많다. ‘보험맨’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보상 파트 직원은 ‘생명수당’ 필요?

보험사 보상 부문에서 일하는 직원 중 상당수는 협박은 물론 폭행, 감금까지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보험금을 청구한 고객들을 찾아가 보험금 지급 요건에 맞는지 조사하고 지급 여부와 보험금 규모를 결정하는 일을 한다. 보상 부문에서만 15년째 일하고 있는 A생명보험사의 박 과장은 보상금을 더 달라며 생떼를 쓰는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이다 맞았던 사건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충남 홍성에 있는 병원에서 보상금을 더 요구하는 고객을 달래다 10여분간 폭행당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한 박 과장은 병원 밖으로 도망쳐야 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B손해보험사의 신 대리는 몇 해 전 민원인들의 횡포를 견디지 못해 결국 회사를 떠났다. 자동차 보험 사기가 의심돼 고객에게 몇 가지를 물은 게 화근이었다. 그는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건장한 남성 두 명에게 납치돼 인근 야산으로 끌려갔다. 폭행과 함께 암매장하겠다는 위협까지 받다가 가까스로 도망쳐 나왔다.

신 대리는 “민원인들의 폭행에 대비해 태권도나 권투를 배우는 직원도 있을 정도”라며 “보상 부문을 맡는 직원들은 ‘생명수당’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경찰 뺨치는 보험사기조사팀

민원인들이 두렵다고 보험금을 마구 내줄 수도 없는 일이다. 보험맨들이 보험 사기를 가려내기 위해 매의 눈으로 사건을 분석하는 이유 중 하나다. 보험 사기의 대표 사례는 ‘나이롱 환자’다.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기색을 내비치면 “민원을 제기하겠다”며 언성부터 높이기 일쑤다. 그래서 병원 주변에서 조용히 ‘잠복 근무’를 할 때도 많다.

보험 사기를 가려내기 위해 환자의 진료 차트도 줄줄이 꿰고 있다. 과거 병력을 뜻하는 ‘PH(past history)’를 비롯해 △FH(가족력·family history) △FC(골절·fracture) 등 웬만한 전문용어도 의사 못지않게 외운다.

요즘엔 아예 보험 사기를 전담 조사하는 ‘보험사기조사 전담팀(SIU)’을 꾸린 곳도 많다. 전직 경찰 출신들이 주로 활동하고 있다. 보험업계 SIU에 몸담고 있는 전직 경찰관만 약 500명에 달한다.

이들의 활약은 경찰 못지않다. C손보사의 SIU팀을 이끄는 안 팀장은 최근 필리핀 현지조사를 통해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로 위장해 상해사망보험금을 타내려 한 일당을 적발했다. 다른 손보사에서 4억원에 가까운 상해사망보험금이 청구된 것을 보고 보험 사기임을 직감, 현장으로 날아가 조사를 펼친 결과였다. 부검의를 통해 사망 원인이 질식사가 아니라 ‘뇌졸중에 의한 질병 사망’임을 밝혀냈다. 안 팀장은 “보험 사기를 밝혀내기 위해 영화에 나오는 경찰 범죄현장수사(CSI)팀처럼 조사해야 할 때가 꽤 있다”고 전했다.

◆생보사 직원인데 車보험 질문 공세

보험맨들의 또 다른 고충 중 하나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다. “너희 보험사에 가입할 건데 할인 좀 해달라”, “상대 보험사 직원이 합의금을 OO원 준다는데 더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의 전화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D손보사의 차 과장은 지인들의 민원 또는 청탁 전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최근 병원에 들러 상담까지 받았을 정도다. 그는 “타이어에 펑크가 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전화도 받는다”며 “주변의 자동차 사건·사고와 관련된 모든 문의가 쏟아진다”고 토로했다.

손보사 직원에게 자동차보험을 물어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보험 가입자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탓에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생명보험사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사고 처리 절차를 묻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E생보사의 고 팀장은 “생보사와 손보사가 왜 다른지 실컷 설명하고 난 뒤 ‘그래도 보험금 주는 것은 같지 않으냐’는 답을 들으면 맥이 빠진다”며 “어쩔 수 없이 생보사 직원이지만 어느 정도 자동차보험에 대해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계사의 군기 잡기도 스트레스

나이 많은 설계사들의 텃세나 군기 잡기로 인한 스트레스도 종종 있다. F생보사에 입사한 지 2년 만에 부지점장이 된 김 주임은 “첫 출근부터 40~50대 설계사들이 조카나 아들 취급을 해 곤욕을 치렀다”며 “시어머니 30명을 모시고 직장 생활을 하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보험 설계사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설계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보험 상품을 설계해주는 전문가로 보는 사람보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보험 아줌마’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게 상당수 설계사의 하소연이다.

박신영/김순신/윤희은/이지훈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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