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출범하며 '비대면거래' 점점 늘어나
올해 폐점 예정 작년 2.5배
"수수료도 더 내는데…"
60대 이상 노년층, 금융 서비스 사각지대 우려
[ 정지은 / 윤희은 기자 ] 요즘 60대 이상 노년층에겐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은행 점포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금융거래를 할 때는 무조건 집 근처 은행을 찾았던 노년층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이 익숙지 않은 이들은 몇십만원 송금을 위해 버스를 타고 먼 거리를 가야 할 상황이다. 디지털 금융이 발달하면서 노년층 등 디지털 소외자에겐 ‘금융절벽’이 닥쳤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은행 점포 감소 속도 빨라진다
올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점포는 415개다. 지난해 문을 닫은 점포 수가 165개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가장 많은 101개에 달하는 점포를 없앨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70여개, 농협은행은 50개, 우리은행은 40개 점포를 각각 연내 닫을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에만 66개 점포를 폐쇄했다. 이 밖에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 지방은행들도 점포 축소를 검토 중이다.
점포를 닫는 은행이 늘어나는 것은 금융업계가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된 데 따른 변화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을 통한 금융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점포 운영 필요성이 줄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점포를 줄일수록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지난달에는 점포가 아예 없는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출범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서러운 노년층
이 때문에 인터넷이나 모바일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중심으로 금융소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점포가 주로 사라지는 지역은 서울 등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집중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구가 밀집되지 않은 지역이나 금융수요가 높지 않은 지역일수록 폐점률이 높은 게 현실”이라며 “유동인구가 많고 금융수요가 높은 지역 은행들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외층의 상당수는 노년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은 13.7%에 그쳤다. 인터넷뱅킹 이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인터넷뱅킹 이용 비율은 60대가 14%, 70대 이상은 4.3%에 불과했다.
이미 금융 거래에서 소외는 발생하고 있다. 점포를 이용할 때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이용할 때 혜택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수수료만 해도 타행 계좌로 100만원을 보낼 때 점포를 통하면 2000원,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으로 하면 500원이다. 모바일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0.1%포인트가량 낮아진다. 적금 우대금리도 추가된다.
◆디지털 취약계층 고려해야
신협은 지난 2월 충북 충주시 칠금동에 있는 점포를 폐쇄하려다 취소했다. 점포 인근 경로당을 이용하는 주민의 반발 때문이다. 은행권도 디지털 금융 소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에선 적자 점포를 줄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지방에선 사회안전망과 생활편의시설 유지를 위해 점포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문제 해결을 독려하고 나섰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1일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비(非)대면 거래에 취약한 어르신이나 농어촌 지역은 점포가 줄어들면 금융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이용자에 대해 안내와 설명을 강화하고 대체 수단을 마련해서 금융소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올 들어 금융회사들이 노년층 전담 창구나 전화상담 인력을 확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출범한 K뱅크는 200여명 규모의 고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콜센터 업무가 주를 이루지만 노년층이 찾아와 불편을 호소하면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정지은/윤희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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