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식 볶음국수 전문점 '애정마라샹궈'
[ 이수빈 기자 ] 마라를 처음 알게 된 건 2010년. 참고로 이 마라는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그림(마라의 죽음)에 나온 정치가 마라가 아니라 향신료입니다. 중국 저장성 자싱에 있는 지인 집에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동네 맛집 탐방은 당연한 코스. 한 식당에서 볶음국수를 시켰습니다. 음식이 나왔는데 가만히 보니 후추 알맹이 같은 게 들어 있었습니다. 국수와 함께 무심결에 씹었죠. 잠시 뒤 입안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혀가 찌르르하더니 마비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도 이상해서 “상한 후추가 들어간 것 같다”고 지인에게 말했습니다. 지인은 웃었습니다. 그리고 마라가 중국어로 ‘마비되는 매운맛’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해줬습니다. 그 마비되는 맛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마라를 씹어먹는 사람도 꽤 있다고 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 한마디 했습니다. “이건 사람 먹는 음식이 아니에요.”
그로부터 5년 뒤인 2015년 여름. 불현듯 마라가 떠올랐습니다. 뭐에 홀린 듯 마라 요리를 검색했습니다. 서울 경복궁 근처 사천요리식당 ‘마라샹궈’가 걸렸습니다. 가서 마라샹궈를 주문했습니다. 5년 전과 달랐습니다. 알싸한 맛이 나는데 ‘어쩌면 중독될지도 모르겠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입맛 없고, 혀가 깔깔하던 차에 어찌나 맛이 있던지. 그때부터 마라샹궈 식당을 찾아다녔습니다. 중국인이 많이 사는 서울 대림동으로 갔습니다. 라화쿵부 등 1세대 마라샹궈 집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기억에 남는 건 투박한 맛이었다는 것. 중국인 유학생이 많아지면서 대학가에도 마라샹궈집이 많이 생겼습니다. 신촌, 안암동, 대학로, 건대 등에도 마라샹궈 맛집이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은 성신여대 앞 ‘애정마라샹궈(사진)’입니다. 중국인과 국제결혼한 여사장님이 운영합니다. 그래서 식당 이름도 ‘애정마라샹궈’. 다른 식당과 달리 이 집 마라샹궈에는 마라 알맹이가 안 들어갑니다. 먹기 편하겠죠? 주방장의 세심한 배려라고 느꼈습니다. 향이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이어서 깔끔하고, 카레 냄새도 약간 납니다. 마라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이 집 메뉴 중 마라샹궈 말고도 중국식 물만두와 꿔바로우도 좋아합니다. 마라를 먹고 입이 얼얼해졌을 때 바삭한 꿔바로우를 한 입 베어물 때의 묘한 조화란…. 입에 침이 고이네요. 여기에 칭다오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라샹궈에는 특별한 용도도 있습니다. 해장할 때 그만입니다.
얼마 전 한 선배와 마라샹궈 집에 갔습니다. 식당을 나선 뒤 선배도 “사람 먹는 음식이 아니다”고 했죠. 한 번 더 웃었습니다. 속으로 ‘선배, 5년만 지나보세요’ 하면서요.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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