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동전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머지 않아 빨간 돼지 저금통에 한가득 모은 동전을 저축하는 일은 추억으로만 남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전 없는 사회를 추진하는 주축은 한국은행입니다. 이미 지난달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사고 난 뒤 생긴 잔돈을 교통카드 등 선불카드에 적립하는 방식입니다. 편의점 CU나 세븐일레븐, 위드미 그리고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 가능합니다.
소비자로선 번거롭게 잔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이 있습니다. 일부 편의점에선 롯데멤버스 등 각종 포인트로도 적립해줘 소비자 선택의 폭까지 넓혔습니다.
한은이 동전 없는 사회 구축에 팔을 걷어붙인 건 ‘동전의 위상’과도 무관합니다. 어느새 애물단지로 전략해서죠. 신용카드 이용률이 빠르게 늘어난데다 앱(응용프로그램) 기반 모바일 결제 등 다양한 간편결제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동전 수요는 급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비(非)현금 지급 수단 이용 비중은 80%를 웃돕니다.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도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동전 제조가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에는 동전 제조에만 540억원이 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은은 각종 캠페인으로 ‘잠자는’ 동전을 끄집어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올 1분기 동전 환수금액은 165억400만원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큰 폭(375%) 뛰었고요. 한은은 편의점과 대형마트 외에 약국 등으로까지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일각에선 우려도 나옵니다. 동전 없는 사회가 오히려 경제적 약자를 더 궁지로 몰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동전을 필요로 하고,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을 보면 대부분 고령자와 사회 소외 계층에 집중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들은 전자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요. 게다가 인형 뽑기 가게, 저금통 생산 중소업체, 오락실, 동전 노래방·세탁소 관련 종사자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중장기적으론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거스름돈 관리가 번거로워 아예 물건 값을 조정해 잔돈을 없앨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예컨대 1630원인 과자가 거스름돈을 없애기 위해 1000원이 될 가능성 보단 2000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죠. 물론 “적립 카드를 사용하면 오히려 10원 단위로 물건값을 책정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이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모든 변화에는 대개 일정 기간 부작용이 따르고, 득실이 함께 하기 마련입니다. 동전 없는 사회도 그럴 겁니다. 다만 초기 부작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속도’보단 ‘내실’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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