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정유업계 '긴장'
국책연구기관 "환경비용 따지면 경유값 확 올려야"
정유·자동차업계로 튄 '미세먼지 불똥'
[ 김보형 / 심은지 기자 ]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경유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경유차의 운행·판매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도 ‘경유차 퇴출’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경유와 경유차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업계 및 자동차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네 곳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진행 중인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방안’ 연구에서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상해 경유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통해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수송용 에너지 가격 비율을 조정할지를 놓고 연구용역을 맡겼다.
정부는 최종 연구 결과가 나오는 오는 8월께 100 대 85 대 50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 LPG 가격 비율을 조정해 경유가격을 끌어올리는 ‘제3차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을 검토할 계획이다. L당 375원으로 휘발유(529원)보다 낮은 경유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환경부 조사 결과 미세먼지로 불리는 PM2.5의 수도권 배출 비중은 경유차(29%)와 경유를 쓰는 디젤엔진을 단 건설기계(22%)가 절반을 웃돈다. 대기중에서 수증기 등과 2차 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를 만드는 질소산화물(NOx)의 경유차 배출 비중도 역시 44%에 달한다. 에너지(휘발유·경유·LPG) 상대가격 조정 방안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미세먼지 등 환경비용만 따지면 경유값은 휘발유값보다 20% 이상 높게 책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선후보들은 경유차 퇴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30년까지 경유 승용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2025년부터 경유차 판매 금지를 선언한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보다 급진적인 정책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경유차 운행 억제를 위해 LPG 자동차 판매 규제 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반인이 LPG 신차는 7인승 이상 다목적 차량, 배기량 1000㏄ 미만 경차, 하이브리드차만 살 수 있는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경유값이 오르면 정유와 자동차업계 전반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경유는 버스와 트럭 등 유류 소비가 많은 차종에 쓰이는 만큼 전체 석유제품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특히 LPG 차량 판매 규제가 완화되면 경유는 물론 휘발유 판매량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유사들의 걱정이다. LPG는 SK가스와 E1 등이 수입을 통해 7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는 정유사와 화학업체들이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홍보팀장은 “생산이 수요를 초과하는 경유는 국내 생산량의 51%를 수출하지만 LPG는 국내 소비량의 70%를 수입하고 있다”며 “경유 대신 LPG 소비가 늘어나면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적자가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도 울상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경유차 등록대수는 927만대로 휘발유차(1017만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경유값이 뛰어오르면 체어맨과 티볼리를 제외한 모든 차종을 경유차로 생산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와 디젤엔진 모델이 많은 벤츠, BMW 등 독일계 수입차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형/심은지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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