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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배우고, 일하고, 관두고' 한 번으론 부족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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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린다 그래튼 / 앤드루 스콧 지음 / 안세민 옮김 / 클 / 392쪽 / 1만8000원



[ 최종석 기자 ] 일본에서 100세가 되는 노인은 은으로 만든 넓은 술잔인 사카즈키를 선물 받았다. 이런 전통이 시작된 1963년에는 100세 노인 153명에게 사카즈키가 전달됐다. 2014년에는 2만9350명이 받았다. 2015년부터는 사카즈키 선물 전통이 중단됐다. 대상자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여왕이 100세가 되는 노인에게 생일 축하카드를 보낸다. 10년 전에는 이 업무를 한 사람이 담당했다. 지금은 보내야 할 카드가 늘어 일곱 명이 맡고 있다.

산업혁명 이래 지난 200여년 동안 인간의 수명은 계속 늘었다. 인구 통계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1997년 태어난 어린이가 102세까지 살 가능성은 50%에 이른다. 1987년 태어난 사람은 98~100세까지 살 가능성이 50%이며, 1977년 출생자의 절반은 95~98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은 인류에게 큰 선물일 수 있지만 저주가 될 수도 있다.

린다 그래튼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와 앤드루 스콧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100세 인생》에서 길어진 인생을 선물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구성하고 사용할 것인가를 논한다. 20세기에는 교육을 받고, 직업 활동을 하고, 퇴직을 하는 3단계 삶이 보편적이었다. 저자는 이런 3단계 삶의 제약에서 빠져나와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삶을 재구성하기를 주문한다.

수명이 짧고 노동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던 시절에는 20대에 배운 지식과 기술이 있으면 재투자하지 않고도 직업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전통적인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출현하는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3단계 삶을 대신해 다단계 삶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전망한다. 다단계 삶이란 교육, 고용, 퇴직 단계가 인생에서 여러 번 나타나고, 두세 개의 서로 다른 직업 활동이 겹치는 것이다. 또한 교육에서 고용으로, 고용에서 퇴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삶을 여러 번 겪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길어진 다단계 삶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경제적 자산과 함께 과도기를 유연하게 감당할 수 있는 지식, 기술, 인간관계, 건강 등 무형 자산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여가 시간은 자신의 무형자산을 쌓는 재창조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길어진 수명만큼 변화의 기회는 더 많이 생긴다.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고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항상 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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