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문화스타트업 (5) 악보 사이트 운영 '마피아컴퍼니'
[ 김희경 기자 ] 피아노 치는 사람들에게 악보는 필수다. 하지만 악보 구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서점에 가면 원하는 곡만 살 수 없다. 관심 없는 곡까지 전부 포함된 악보집을 사야 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대강 그려진 악보가 대부분이다. 이 정도 찾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이런 불편을 모두 해결한 사이트가 있다. 정인서 마피아컴퍼니 대표(사진)가 운영하는 피아노 악보 사이트 ‘마음만은 피아니스트’다. 클래식부터 뉴에이지, 영화 OST, 아이돌의 최신 노래까지 1만5000여개에 달하는 악보를 이곳에 모았다. 악보를 본 사람은 그저 혼자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주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그렇게 회원 수는 15만명을 넘어섰다. 정 대표는 “피아노 치는 사람들의 ‘놀이터’를 만든 셈”이라며 “악보로 누구나 쉽고 재밌게 피아노를 치고, 함께 공유하고 즐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나이는 이제 갓 스무살.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그는 중국 칭다오에서 공부하다 학교를 그만뒀다. 뉴에이지, 재즈 등이 더 좋았던 그에게 클래식 음악이 주를 이루는 음악계 분위기는 잘 맞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고민하던 중 페이스북 페이지 ‘피아노 치는 남자들’을 만들게 됐다.
“정말 애정을 갖고 운영할 수 있는 채널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순수한 의도로 피아노 연주 영상을 올렸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함께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좋아서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인데 갑자기 팔로어 수가 50만명을 넘어섰죠.”
그는 피아노의 대중성을 인식하고 2015년 말 법인을 설립해 ‘마음만은 피아니스트’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곳에 올라오는 피아노 영상은 하루 평균 100여개가 넘는다. 2주에 한 번씩 치열한 피아노 배틀도 벌어진다. 같은 곡을 연주해 각자 영상을 올리면 회원들의 투표로 승자가 결정된다. 배틀에 참가하는 사람은 매회 200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피아노는 방에서 연주하는 혼자만의 악기였지만 여기선 달라요. 서로 응원해주고 연습하며 성취감까지 느끼죠.”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엔 자체 제작 공연도 열었다. 금호아트홀연세에서 ‘피아노, 영화를 만나다’란 제목으로 ‘피아노 블러바드’란 연주팀이 쇼팽, 피아졸라, 히사이시 조 등의 작품을 연주했다. 이 공연은 초대권 없이 오직 유료 관객으로만 채워졌다. 가격은 4만~10만원. 처음엔 누가 와줄까 했지만 500석 전석이 매진됐다. 그는 “클래식 공연이 매진되기 쉽지 않은데 회원들의 반응이 뜨거워 정말 놀랐다”고 했다.
앞으로도 피아노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포함해 두 사이트 이용자만 65만명에 달하는 게 우리 서비스의 최고 장점”이라며 “이를 활용해 피아노와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를 하는 게 꿈”이라고 소개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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