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융안정보고서'
자영업 대출 지난해 14% 늘어…58조 급증
불황에 금리 상승 충격 겹칠 땐 '한계상황'
[ 김유미 기자 ]
자영업자 빚이 500조원에 육박하며 가계부채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취업난에 처한 청년층까지 생계형 창업에 몰려든 결과다. 금리는 상승하는데 매출은 부진하다 보니 550만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은 나날이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가계부채 경고등을 다시 켰다.
자영업자 빚 1년 새 13.7% 급증
한은 금통위는 지난 23일 금융안정회의를 열고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을 집중 분석했다. 작년 말 자영업자가 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은 480조2000억원으로 1년 전인 2015년 말(422조5000억원)보다 57조7000억원(13.7%) 급증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2013년(8.6%)과 2014년(7.6%)에는 10% 미만이었다가 2015년 13.5%로 급등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취업난이 지속되자 빚을 내 창업에 나선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늘어나 552만1000명에 달했다. 지난달 증가폭은 4.0%로 2002년 3월(5.0%) 이후 최고였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대출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상환 능력이 취약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생계형 목적의 창업이 많은 음식점업 소매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 충격 어떡하나
금리 상승기에 한은이 자영업 빚을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더딘 데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이 겹치면서 자영업자 가구의 건전성은 좋지 않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LTI)은 작년 3월 말 181.9%로 상용근로자(119.5%)보다 62.4%포인트 높았다. 1년 중 30일 이상 빚 상환을 연체한 가구 비중은 4.9%로 상용근로자(1.7%)를 크게 웃돌았다.
자영업자 가구 가운데 소득 하위 40%인 생계형 가구(69만6000가구)의 대출금은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9.9%(42조8000억원)였다. 생계형 자영업자 가구 비중은 음식점업(26.7%)과 소매업(21.6%)에서 특히 높았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베이비부머들의 진출이 많은 업종이다.
이들이 금리 상승기의 충격을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수 부진의 직격탄까지 맞은 자영업자들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잇따라 폐업하는 경우다. 노후자금을 창업에 쏟아부은 은퇴자는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자영업자들이 받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이 덩달아 부실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깊어지는 금통위의 고민
이 가운데 가계부채 급증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작년 말 가계신용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1년 새 11.7%(141조2000억원) 급증했다. 연간 증가액으로는 최대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하지만 비은행권 빚이 대신 급증하는 ‘풍선 효과’를 막지는 못했다.
금통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만큼 언젠가는 한은도 금리 정상화(인상)에 나서야 한다.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낸 가구들의 이자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의 연평균 차입금리가 0.5~1.50%포인트 상승할 경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을 나눈 값)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중소기업에서 1.7~5.0%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한은이 저금리를 고집한다면 대출 급증세가 계속될 수 있어 부담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금리 상승,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등 대외 위험은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거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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