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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안진 1년 업무정지] 국내 2위 안진의 운명은…회계사·고객 이탈 늘면 심각한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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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16년 만에 대형 회계법인 중징계

"대우조선 분식회계 묵인·방조 실상 드러나"
충격에 휩싸인 안진 "제재 너무 가혹하다"



[ 이유정/김태호 기자 ]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앞으로 1년간 모든 상장회사와 금융회사에 대한 신규 감사업무를 하지 못하게 됐다. 감사부문은 당장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상장 법인에 대한 신규 감사 계약이 가능하고 내년 이후로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장사에 대한 감사는 차질이 없지만 ‘부실감사 회계법인’이라는 낙인에 따른 평판 저하, 기존 고객의 동요와 이탈 등을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회계업계에서는 “정작 분식회계를 한 당사자인 대우조선해양은 수조원을 투입해 살리면서 안진에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중징계를 내린 것은 형평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 “중징계 불가피”

금융감독원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정황을 발견한 뒤 1년여간 대우조선해양과 외부감사인인 안진에 대한 회계감리를 했다. 그 결과 안진의 대우조선해양 감사팀 담당 파트너, 부대표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알고서도 이를 묵인했고, 품질관리실은 감사품질 관리를 형식적으로 수행해 감사팀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처리 위반을 묵인하는 것을 방조한 것으로 결론냈다. 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장기간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하면서도 부실감사가 시정되지 않고 지속된 점이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부정 가담 정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 미친 영향, 회계법인의 감사업무에 적합한 시스템 보유 정도, 위반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정지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감사업무 금지 대상이 상장사와 금융회사로 한정되기는 했지만 안진이 받을 타격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안진의 감사부문 매출은 105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4.94%에 달한다. 회계업계에서는 상장사와의 신규 감사업무(지정감사 포함) 금지만으로도 200억원가량 매출이 허공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감사부문 매출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상장사가 회계법인과 3년 단위로 외부감사 계약을 맺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계약금지 기간은 1년이지만 올해 신규계약이 예정된 상장사 100여곳이 다른 회계법인으로 옮겨가면 사실상 안진은 해당 기업 감사를 3년간 할 수 없게 된다. 올해 이미 신규계약을 맺은 회사들과도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데다 기존에 하던 지정감사도 금지돼 매출은 이중 삼중으로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안진과 신규계약을 맺은 기아자동차 등은 오는 5월까지 새로운 회계법인을 찾아야 한다.

◆안진 “너무 충격적”

회계업계에서는 안진 회계사와 기존 고객의 이탈 정도에 따라 안진의 존폐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업무정지 조치를 받고 파산한 산동회계법인(2001년), 화인경영회계법인(2009년)은 모두 신규감사 계약만 금지되고 기존 감사업무는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계사들과 기존 고객의 동요가 극심하게 나타나자 ‘회계감사 불능’을 선언하고 결국 해산하는 절차를 밟았다. 안진 관계자는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와 법인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또 제재는 감사부문으로 한정되지만 세무자문, 재무자문 영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매출 감소로 국내 2위 회계법인이라는 타이틀이 사라지고 평판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기업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제재 논의가 이뤄진 시점부터 안진이 자문을 맡은 일부 투자건이 중지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와의 제휴관계가 계속 유지되느냐도 관건이다. 세계 1위 회계법인과의 제휴, 그에 따른 시스템 안정성 등을 고려해 안진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도 많기 때문이다. 안진은 이에 대해 “제재에도 불구하고 딜로이트 측에서 제휴를 지속할 것이란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또 조만간 재무자문 부문을 분리해 재무부문 고객 이탈 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유정/김태호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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