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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역풍?…사우디 '석유 패권'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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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합의로 유가상승 노렸지만 러시아·이라크에 점유율만 뺏겨
미국 셰일오일 생산 늘면서 대미 수출도 4개월 만에 최저
유가, 40달러대 중반서 지지부진



[ 뉴욕=이심기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 좌장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감산을 통한 유가 인상 전략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제1 원유수출국 사우디의 대(對)미 수출이 이달 6~10일 한 주간 하루평균 42만6000배럴 줄었다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인용, 22일 전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지난해 11월 말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대다.

사우디는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중국 시장에서는 러시아에 1위 자리를 내줬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이란과 이라크에 밀리고 있다. 사우디가 감산한 틈을 활용해 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가 수출을 늘리고 이란도 경쟁국보다 3% 싼 가격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결과다. 유조선 정보를 제공하는 클리퍼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럽에 대한 이란의 원유 선적 물량은 8월과 비교해 45%나 늘어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의 이 지역 수출은 감산 결정 이전인 지난해 7~11월 11% 감소했다.

WSJ는 최근 수년간 시장점유율 유지라는 최우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산에 반대한 사우디가 작년 11월 입장을 바꿔 전격적으로 OPEC 감산을 주도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전혀 딴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셰일 원유업계는 생산량을 하루평균 41만2000배럴 늘리면서 시장에 복귀해 미국 내 시장 수요를 충족시킨 것은 물론 하루 100만배럴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사우디의 감산 결정은 정부의 재정 압박을 해소하고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를 위해 고유가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우디의 최근 산유량은 지난해 10월보다 하루 80만배럴 줄어든 수준이다. 당초 OPEC에 약속한 감산 폭보다 60%나 많은 것이어서 사우디가 유가 상승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1990년대 미 원유수입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사우디 비중은 작년 11월에는 12%에 그칠 정도로 영향력이 약화됐다. 중국에서도 러시아 공세에 밀려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이 2015년 15%에서 지난해 13%로 줄었을 것으로 시장조사기관은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WSJ에 “감산 이후의 유가 안정은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이 희생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WSJ는 사우디가 이처럼 주춤거리는 동안 이란과 러시아, 미국 등의 경쟁국이 부상하는 방향으로 석유시장의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서는 유가까지 급락해 사우디를 진퇴양난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2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1.8% 하락한 배럴당 47.34달러에 마감하며 작년 11월30일 이뤄진 OPEC 감산합의 직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투자자들도 올 상반기 끝나는 감산 시한 연장과 감산 효과 자체에 의구심이 커지면서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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