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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4차 산업혁명, 알맹이 있는 각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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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용은 없는 공약들
4차 산업혁명도 구호성 총론에 불과할 뿐
판을 정비하고 돈되는 방법 찾아 실행해야

최원식 <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



“Where’s the beef? (고기는 어딨어?)” 햄버거 안을 들여다본 백발의 할머니가 단단히 화가 난 목소리로 연신 외친다. 고기는 어딨느냐고.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히트한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의 TV 광고다. 경쟁사 햄버거가 빵이 커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고기 패티는 거의 안 보인다고 비꼬는 재미있는 광고였다. 당시 미국 대통령선거 때 후보자 경선 토론에도 등장해 더 화제가 됐다. 상대방 후보의 번지르르한 공약 속에 알맹이는 없다는 걸 “Where’s the beef?”라는 한마디로 웃으면서 크게 한 방 먹인 거다.

30년도 더 지난 요즘 이 광고가 떠오르는 건 최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총론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잠깐 스쳐가는 유행성 구호가 아니다. 구색으로 갖춰야 할 공약 메뉴는 더욱 아니다. 커다란 빵으로 어물쩍 덮어 내놓을 것이 아니라 좋은 재료들로 고기 패티부터 두툼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서둘러 마련해야 할 핵심 재료는 세 가지다. 첫째,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제조업을 예로 들면 머신러닝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QCD(품질, 원가, 납기)를 개선하는 것이다. 센서를 통해 기계의 모든 움직임을 분석해 최적의 동선을 짜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기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둘째,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이다. 제품 판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예측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추가 매출 기회를 찾는 것이다. 셋째, 신규 사업 기회 및 비즈니스 모델이다. 센서 등의 하드웨어, 산업별 특화된 소프트웨어 솔루션,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업을 구상하는 것이다.

금융, 소비재, 유통, 통신 등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이론 공부 대신 돈 되는 방법을 빨리 찾아 4차 산업혁명의 각론을 써야 한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크게 앞서 있는 데다 시장 선점으로 인한 네트워크 효과로 후발 그룹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준비해야 할 일이 세 가지 있다. 준비된 재료를 맛있게 구울 잘 달군 불판이 되는 것들이다. 첫째,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생성되고 변화할 직무역량과 일자리를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력 교육 및 재배치에 대한 장기적 청사진을 갖고 실행하는 것이다. 둘째, 기초기술 및 혁신기술 연구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하기 어려우므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산재된 국책과제들도 이번 기회에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우선순위를 재선정한 뒤 꾸준히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정부가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민관협력사업)를 위한 외교적 판을 잘 깔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앞서 있는 재생에너지, 첨단제조 등 분야에서 동남아시아, 중동 국가들과 국가·민간 협력 구조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둔화되는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지속시킬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를 주도하기 위한 경제 대국들의 힘겨루기가 당연히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과 정부는 과연 얼마나 절실하게 나서고 있는가. 최근까지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리더라고 자부했지만 중국에 디지털 리더십을 뺏긴 지 이미 몇 년이 지났다. 중국이나 미국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의 시장과 자본을 갖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이에 맞설 기업가정신과 절박감마저 부족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벌써 한참 뒤처진 것이다. 이 와중에 고기가 얼마 들어 있지도 않은 햄버거를 보기 좋게 포장만 하려고 해봤자 의미가 없다. 제대로 된 재료를 잘 선택해 두툼한 고기 패티를 만드는 것, 잘 달군 커다란 불판을 준비하는 것에 더 늦지 않게 집중하자. “Where’s the beef?”

최원식 <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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