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株)가 즐비한 코스닥시장이 수렁에 빠졌다. 작년 9월까지 700선을 유지하던 코스닥 지수는 연말께 570선까지 주저않더니 올 들어서는 석 달째 600선을 맴돌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뿐만 아니라 수급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냉정한 분석이다. '매수할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고배당·낙폭과대주가 단기 '피난처'로 제시됐다.
15일 오후 1시43분 현재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63% 내린 608.43을 기록 중이다. 지수는 지난달 22일 이후 단 한 번도 620선(종가 기준)을 웃돌지 못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3월 들어서 단 두 번을 제외하면 3조원을 넘지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도 샀다 팔았다를 반복, 방향성을 잃은 모양새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의 경우 모멘텀(동력) 부재와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소외됐다"며 "부진한 펀드수익률에다 기관 매도까지 더해져 중소형주의 하락 폭은 깊어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코스닥을 사는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2015년 4분기 이후 이어진 연기금의 중소형주 매도는 2016년 10월 일단락 됐지만, 투신의 매도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신은 2016년 10월 이후 코스닥 시장에서 4000억원 가량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중소형주 펀드 환매가 수급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 존재하지만, 국내 중소형 펀드 규모는 3조2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지수 조정에 따른 환매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것은 후행적인 사건으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정 연구원은 "코스닥의 밸류에이션은 코스피 대비 할증(약 150%) 거래되고 있는 중"이라며 "게다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경계하는 중국의 압력이 위생 요건 강화, 통관 요건 강화, 여행자 규제와 같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상황은 더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간접적 규제는 그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고 즉시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기업보다 대응 능력이 낮은 중소기업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정 연구원의 판단이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실적 모멘텀 역시 약화되고 있다. 작년 12월 이후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 밴드가 하향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노 흥국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정보기술(IT), 철강, 화학, 자동차 등 대형 업종의 1월 출하지수가 전년 대비 9.1~14.7% 증가한 반면에 제조업 출하지수는 이보다 낮은 8.4%에 머물렀다"며 "이러한 사실은 대형 업종보다 중소형 업종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출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닥 시장의 12개월 주당순이익(EPS)도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경기회복 속도를 반영하는 중'이라며 "당분간 경기, 실적 모멘텀과 밸류에이션 매력도 측면에서 코스닥 대비 코스피의 투자매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코스닥의 반등은 언제쯤 가능할까. 올 상반기(1~6월) 이후 대형주의 모멘텀이 둔화되면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살아날 수 있다고 예상됐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퀀트전략 연구원은 "상반기까진 대형주 위주의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도 반도체, 가전, 디스플레이, 화학, 은행 등의 실적이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중소형주의 이익 개선 업종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기'보다 '성숙기' 즈음에 대형주의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고, 이 시기에 상대적으로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수급)이 좋아질 것으로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그는 "그 이전까지 중소형주의 '알파 수단'은 밴드 하단 터치 종목 정도 뿐"이라고 덧붙였다.
손세훈 연구원은 낙폭과대주를 코스닥 대응책으로 내놨다. 그는 "결국 하향식(Top-Down) 방식보다 상향식(Bottom-Up)으로 개별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며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유한 기업 중 수급 탓에 하락한 곳들은 오히려 매수 시점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배당주의 경우 시장이 조정을 보일 때에도 배당 매력을 기반으로 하방 경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땅한 투자처가 없다면 기간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중소형 고배당주로 눈길을 돌릴 만하다"고 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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