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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홑눈이 아닌 겹눈으로 중국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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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맞물려 돌아가는 원리 간파하고 엄청난 결과 야기할 작은 변화 주목해야

박한진 <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 >



“중국은 5월 이후 서울과 신속하게 관계 회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베이징을 찾은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의 관측이다. 베이징 방문엔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정책보좌관을 지낸 폴 해늘이 동행했다. 지금은 미·중 간 외교관계를 연구하는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의 유력 중국통의 관측대로 한·중 관계의 경색국면이 조속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한·중 관계의 향방엔 변수가 많다. 예측 가능한 것도 있고 예측 불가한 것도 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아직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도 있다. 어떤 변수들은 한·중 간 양자구도에서, 또 다른 변수들은 미국을 포함한 삼자구도에서 전개된다. 여러 국가를 감안해야 하는 다자변수도 있다. 치밀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현실적인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중국을 보는 시각의 교정이다. 중국공산당은 창당 100주년(2021년)이 가까워질 정도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경제는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성장해왔다. 그런 이유로 중국은 ‘정치 따로 경제 따로’인 국가로 인식돼왔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이면의 작동원리를 봐야 한다. 중국엔 ‘정책시(政策市)’ 현상이 있다. 경제가 시장논리뿐 아니라 정치적 고려와 판단에 따라서도 크게 움직이는 특성이다. 경제성장이 서구식 정치적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정치와 경제가 맞물려 돌아가는 중국의 특수성이다. 중국을 잘 보려면 정치와 경제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에 관심을 둬야 한다. 홑눈이 아닌 겹눈으로 중국을 보자.

둘째, 같은 맥락에서 ‘그물코 경제’의 특성을 살피자. 중국의 경제관계 법규와 제도는 잘 정비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평소에는 법 적용을 느슨하게 해서 웬만한 물고기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필요 시에는 그물을 조인다. 작은 고기들까지 걸려들 수 있다. 그물코는 언제라도 커졌다 작아졌다 할 수 있다. 그물코 경제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최근 중국의 경제적 압박은 낯설지만은 않은 장면들이다.

셋째, 무엇을 볼 것이냐의 문제다.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이다. 양국 경제관계를 말할 때 단골처럼 말하는 것이 교역 증가세다.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중 교역액은 33배 늘었다. 규모로 보면 우후죽순이요, 상전벽해다. 국가 간 통상은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것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교역의 질에 관심을 둔다면 불안 요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對)중국 수출전선이 예전 같지 않아 불안해하는 기업이 많다. 중국은 종래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이제 자체 생산하는 한편 동남아시아권과의 경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사슬)이 중국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대중국 경제교류 환경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비효과에 대비하자. 겉보기엔 무관하지만 미미한 요인이 엄청난 결과를 야기할 수 있음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최근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중국의 작은 변화가 한국에는 예상의 폭과 범위를 넘어서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을 더 넓고, 더 깊이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박한진 <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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