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어 헌재도 기업을 '피해자'로 판단
[ 고윤상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기업 재산권과 경영 자유를 침해했다”고 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재판 등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사실상 대통령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을 사실상 ‘강요 피해자’로 묘사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1기)도 삼성을 포함한 기업들을 ‘강요를 받은 피해자’라고 봤다.
반면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 6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특검수사의 핵심은 국가권력이 사익을 위해 남용된 국정농단과 고질적인 부패고리인 정경유착이었다”고 검찰과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한 기업과 최씨가 얽힌 재판은 3개가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이 앞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로 최씨를 기소한 사건 △특검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씨를 기소한 사건 △특검이 최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 부회장을 기소한 사건 등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오전 기업을 강요한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최씨에 대한 재판(19회 공판)을 연다. 같은 날 오후에는 삼성에서 434여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특검이 추가 기소한 최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최씨의 같은 사건을 두고 오전에는 ‘강요죄’ 재판, 오후에는 ‘뇌물죄’ 재판이 열리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다.
검찰과 특검의 판단이 갈리자 법원은 검찰에 공소장 정리를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형량이 더 무거운 뇌물죄를 주된 혐의로 하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달라는 식의 ‘주위적·예비적 청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최씨의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기존에 판단한 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강요죄만 적용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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