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2월말에 집중 발행
[ 이태호 기자 ]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이달 초까지 한 달여 동안 1조원을 웃도는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 1분기 평균치의 세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본격화하기 전 선제 자금 조달에 나서 금융비용 상승 위험을 성공적으로 피했다는 평가다.
7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들은 지난 1월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 달여간 1조100억원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2013년 이후 4년간 1분기(1~3월) 발행금액 평균인 3400억원의 2.9배에 달한다. 롯데쇼핑(4000억원)과 호텔롯데(3000억원), 롯데제과(2800억원)가 모두 연 1.9%대(3년물 기준) 낮은 금리로 장기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2015년 롯데그룹에 편입된 롯데글로벌로지스(옛 현대로지스틱스)도 지난 3일 300억원의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이들 계열사의 자금 조달은 모두 기존 빚 ‘차환(빌려서 갚음)’ 목적이 아니라 여유 운영자금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해 중국의 강력한 보복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조달로 해석하고 있다. 국방부는 작년 9월부터 사드 부지로 롯데의 경북 성주 골프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기 시작해 지난달 말 확정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롯데 관점에선 중국이 강력한 보복에 나서기 전 현명하게 자금을 조달한 셈”이라며 “만약 지금 조달 작업에 나섰더라면 증권신고서(투자위험) 작성 부담과 수요 부진 탓에 발행을 포기해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작년 일시적인 공모 자금 조달 공백도 롯데가 자금 조달을 서두른 배경이 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작년 6월 총수 일가의 횡령 및 배임 혐의 관련 검찰 조사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호텔롯데 상장과 회사채 발행 등 모든 공모자금 조달 계획을 보류해야 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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