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김동윤 기자 ] 중국 베이징시 외곽 순이구에는 한국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다. 지난 2일 오전 이 지역 한국 기업 사이에 “중국 공안들이 불쑥 찾아와 회사 기본정보를 확인하고 돌아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 결정과 관련해 보복 조치를 취하는 신호인가 싶어 기업들은 바짝 긴장했다. 이날 오후 들어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앞둔 공안 유지 차원의 점검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27일 롯데그룹이 경북 성주에 있는 골프장을 정부에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불안감을 더욱 키우는 것은 중국 정부의 나팔수인 관영 언론 보도다. 환구시보는 3일 “중국의 제재는 한국 정부와 롯데그룹만 겨냥해야 하며, 그 외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을 상대로 불법적인 공격을 해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보복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중 플레이를 한다’는 분석이 더 많다. 환구시보는 불과 며칠 전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산 자동차와 휴대폰 불매운동을 부추겼다.
중국 외교부의 해명은 ‘궤변’에 가깝다. 베이징시 여유국(관광국)은 지난 2일 중국 여행사들에 한국행 여행상품을 팔지 말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 한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강력한 제재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관련 상황을 잘 모르겠다”며 “중국 측은 한·중 간 교류협력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롯데마트 인근에서 한국 차량이 훼손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중국 내에서 사드 배치 반대 행동과 폭력 행동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소문을 믿거나 함부로 이것저것을 의심하지 말라”고까지 했다.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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