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시장' 놓고 경쟁
3개국 중 가장 늦게 뛰어든 일본
드론 충돌 막는 기술개발 추진
무인항공기 연구소 세운 미국
상업용 드론 70% 장악한 중국
표준화 작업에 가속도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경제산업성이 무인항공기(드론) 국제 표준화 작업에 착수하면서 한발 앞서가고 있는 미국, 중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제 표준을 주도해 자국 기업의 드론 시장 공략을 돕기 위해서다.
일본 시장조사업체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3000억엔(약 23조20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의 1.5배 규모다.
◆日, 비행 안전 관련 기술 선도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협력해 드론 충돌방지 기술과 자동 관제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이 드론 비행과 관련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분야다. 드론 제어기술 부문은 상대적으로 발달이 늦어 무인항공기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전선 등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추락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항공법을 통해 섬, 산간지역 등 조종사의 시야 범위 안에서만 원칙적으로 비행을 허용하고 있다.
JAXA는 드론끼리 부딪치지 않도록 서로의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하는 관제시스템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비행 고도를 감지하는 센서의 실용화를 추진한다.
경제산업성은 2020년께 개발할 예정인 관련 기술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국제 표준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ISO로부터 최종 승인은 2025년 전후가 될 전망이다. 자율비행 기술과 비행데이터 분석 등 분야에서도 해외 업체와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해 성과가 있으면 이를 국제 표준에 반영할 방침이다.
경제산업성이 국제표준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한 것은 기술 개발은 앞서 있으면서도 국제표준화에 뒤처져 세계시장에서 고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NTT도코모는 최첨단 통신서비스인 ‘i모드’를 개발하고도 노키아 등 해외 업체와의 국제 규격 싸움에서 지면서 세계시장에서 뒤처졌다.
◆미국, 관제시스템 실증실험 진행
업계에 따르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ISO 등은 드론 기술 기준과 초기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 ICAO는 드론 연구그룹을 결성해 드론 관련 규정, 매뉴얼, 기술 세부사항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ISO 기술위원회도 2014년부터 범용 무인 비행시스템 일반 사양과 생산체제, 작동 절차 등 초기 단계 표준화를 진행했다.
미국과 중국도 자신의 기술을 국제 표준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제 표준 제정과 개정은 160개 이상 국가의 투표로 정해지기 때문에 먼저 개발해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드론 관제 시스템이나 충돌방지 시스템에 필요한 기술 기준을 책정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세계 드론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무기로 국제 표준도 선점할 태세다. 드론 업체 중국 DJI는 세계 상업용 드론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드론산업 메카인 중국 선전시의 선전무인기산업연맹은 2015년 이미 선전시에 적용하는 드론 관련 7개 표준을 제정했고 이를 국가 표준, 국제 표준으로 확대해간다는 목표다.
미·중·일 간 드론 국제 표준 경쟁이 뜨거워지는 것은 세계 드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실정에 맞는 국제 규격 만들기를 진행할 수 있다면 일본 기업이 시장을 공략하기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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