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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 이주영 감독, 각자도생의 시대에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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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민 기자 ] 신예 이주영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싱글라이더'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정말 소중한 게 뭐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 감독은 1인 탑승객(여행객)을 뜻하는 제목의 멜로 영화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증권사 지점장 강재훈(이병헌 분)의 모습을 그려낸다. 낯선 호주에서 헤매는 강재훈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이 감독의 시선은 관객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22일 영화 '싱글라이더' 개봉에 앞서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이 감독을 만났다.

광고감독 출신인 이 감독은 본인과 지인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 서로 경쟁하는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관객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까이 있는 행복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재기하기 어려운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 등이 녹아들게 됐다.

이 감독은 "(한국)의 사회적인 시스템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립돼 있다는 생각에서 각본이 시작됐다"며 "개인적으로도 '사회적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회사 등에 소속돼 있지 않거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조건 등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무엇인가'란 생각이 각본에 담겼다"면서도 "이른바 '교훈적인 메시지'로 비치고 싶지 않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강재훈이 부실 채권 사건을 계기로 모든 것을 잃은 후 가족이 있는 호주를 찾아 본인의 삶의 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재훈과 주변인물을 통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동양 사태' 등 과거 이슈 뿐 아니라 기러기 아빠,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 동시대 한국 사회상이 촘촘히 그려진다.

16년 만에 멜로 영화로 돌아온 배우 이병헌은 적은 대사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감정 연기로 스테레오타입(정형화 된)의 한국 남성을 표현한다.

강재훈에 대해 이 감독은 "사회적으로 안정권에 들어간 사람들의 생활과 태도, 시선 등을 반영한 정형화된 인물"이라며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우선하던 가치를 다 잃어버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할 만큼 자존감이 무너져 소통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밝혀다.

이에 '양복을 입은 남자의 어두운 뒷모습과 어울리지 않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영화의 이미지를 설정했다. 이 감독이 호주를 택한 이유가 뭘까.

그는 "남반구인 만큼 계절이 다른 어딘가에서 계속 인연이 어긋나는 삶의 아이러니를 그려내고 싶었다"며 "과거 출장으로 호주가 익숙하기도 했고 지인이 호주에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제한된 촬영 시간 속 프로정신을 발휘한 출연진에 대한 칭찬과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호주 로케이션은 일정이 굉장히 빡빡했다"며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아내 이수진을 따라 가는 강재훈의 모습은 1시간 안에 촬영해야 했는데 배우들이 리듬 등을 잘 살려냈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입봉작인 '싱글라이더'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가 '밀정'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최근 극장가에 드문 멜로 영화에 이병헌과 공효진 등 '특급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낳았다. 이병헌은 "목말랐던 장르의 운명같은 영화였다"고 평가했다.

글=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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