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
주식은 사고파는 대상 아니라 틈날 때마다 사 모으는 것
월급 10%, 주식으로 '저축'해야
[ 김익환 / 최만수 기자 ] “기업이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성장하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 국민이 자산을 증식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처럼 주식투자를 도박이나 투기수단으로 간주하는 인식으로는 나라도, 개인도 불행해집니다.”
지난 20년간 해외에서 손꼽는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린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사진)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식을 바라보는 사고와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식에게 ‘절대 주식하지 마라’는 유언을 남기는 풍토가 이어지면 가난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고 국가 경제도 활기를 잃는다”며 “부자가 되는 첩경은 주식을 수십년 동안 틈날 때마다 사모으는 것”이라고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 사장은 최근 1~2년 동안 삼성전자 같은 대형 우량주보다 중소형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과정에서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스티븐스앤드클라크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15년간 활약했던 리 사장은 미국과 한국의 주식투자를 대하는 관점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노후를 책임질 투자처라고 본다면, 한국은 단기 고수익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예금이나 부동산은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투자하면서 유독 주식은 한두 달 만에 수익이 나지 않으면 조급해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주식을 사는 것은 그 기업과 동업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축약한 것이다. 그는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보유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며 “주식은 10~20%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 모아야 한다는 철학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 사장은 단타 매매(매수와 매도를 짧은 시기에 반복하는 것)를 카지노 같은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단타를 할 때마다 쌓이는 수수료와 세금도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리 사장은 “시장 등락에 상관없이 월급의 10%는 무조건 주식에 배정하는 기계처럼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개인투자자가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 △해외 주식 등에 분산투자하고 △주식을 보유한다는 관점으로 장기투자하며 △분석을 통한 우량 종목 선정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리 사장은 자동차가 없다.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가 입고 온 재킷은 TV홈쇼핑에서 2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그는 “부자가 되려면 소비를 투자로 바꾸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들이 ‘투자할 돈이 없다’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리 사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처럼 명품 가방 사고 좋은 옷 입고 젊은 나이에 외제차를 산다”며 “번 돈을 이렇게 낭비하면 투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익환/최만수 기자 lovepen@hankyung.com
한국경제·한국경제TV·자본시장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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