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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은서 기자 ] 중등교원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는 A씨(28)는 서울 마포구의 한 사립중학교 기간제 교사 면접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면접 직전, 학교 관계자가 대기실에 들어오더니 뜬금없이 ‘재산 내역서’라고 써 있는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부모와 본인의 동산과 부동산 등을 상세히 적도록 항목이 세분화돼 있었다. 서류 전형 때 빠뜨려서 그런지 물어봤더니 “서류 합격자만 적는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일부 사립학교의 ‘금수저 채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부모 직업을 묻는가 하면 구체적인 재산 내역까지 요구할 정도다. 시·도교육청은 홈페이지에 ‘가족관계증명서 등 법적 근거가 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말라’고 안내하지만 권고 수준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사 차별은 법적으로 금지(고용정책기본법 제7조)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가족관계 등 신상 관련 36개 사항을 지원서 항목에서 제외하라고 권고한 것도 2003년의 일이다.
하지만 사립교원 채용 과정에서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예비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을’의 위치에 있는 기간제 교사가 차별을 경험하는 일이 많다.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B씨(26)는 “집안 배경을 살펴본 뒤 정교사 전환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학교가 많다는 건 기간제 교사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일자리를 구하는 입장에서 항의하기는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기간제 교사는 최대 4년까지 계약 가능한 ‘비정규직 교사’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교사 정원이 감소하는 터라 기간제 교사의 취업은 ‘바늘 구멍’이 돼버렸다. 올해 2월 사범대학을 졸업할 예정인 C씨(24)는 “사립학교 대부분이 경력교사를 선호해 기간제 교사 자리부터 알아보고 있다”며 “이 자리 하나를 두고 몇십명씩 지원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각 사립학교 채용 시 신원증명에 필요한 최소 서류만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채용권은 법인에 있기 때문에 수정 요청 정도로 조치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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