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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섣부른 내수 부양책 쓰면 가계·금융 부실 가능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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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학회 주최

재정건전성 중요하지만
국가채무기준에 얽매이면 재정정책 타이밍 놓쳐

환율조작 혐의 피하려면
셰일가스 등 수입 늘려 대미흑자 감축 노력 시급

통화전쟁 갈수록 격화…우리도 여야 공동 대응을



[ 김유미 기자 ]
서강대에서 9일 개막한 ‘201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의 최대 이슈는 ‘트럼프 신정부’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한국 경제에 중대한 도전으로 떠올랐다는 진단이다. 경제학자들은 “대통령 탄핵 이슈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파를 뛰어넘어 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제 외교를 강화하고 대미 흑자를 줄이는 한편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만간 한국도 압박당할 것”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부 유출을 막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만큼 보호무역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것”이라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동학술대회에서 아시아금융학회와 한국국제금융학회가 공동주최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변화와 한국의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다.

그는 “수출로 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내수 부양에 나서면 가계부실로 또 다른 외환위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재정확대로 미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과 기업 부실이 확산되면 자본유출 위험으로 이어진다.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위축될 것”이라며 “한국 대선이 끝나는 대로 미국이 한국에도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대처할 시간이 빠듯하다는 얘기다.

◆4월 위기부터 넘어야

당장 오는 4월이 문제다. 미 재무부가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하면 무역제재 조치가 가능해진다. 황건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심층분석 대상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미 정부 인사 등을 만나 우리 입장을 전하고 있다”며 “대미 흑자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수입 정책 등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도 환율조작 혐의를 벗기 위해 대미 흑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식 교수는 “미국산 셰일가스와 원유 수입을 늘리는 한편 불공정 무역 소지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제품의 반덤핑 관세 부과에 대응해 산업용 전력요금 부과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원화가치는 적정 수준이며 환율 조작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책당국의 노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요동치고 있는 원·달러 환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고문은 “미 금리 인상과 재정정책은 달러 강세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은 달러 약세를 지향해 모순을 빚고 있다”며 “환율은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제문제는 초당적으로

환율조작국 혐의까지 받으면 원화가치가 올라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는다. 그렇다고 외환당국이 개입해 원화가치를 끌어내리면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 제2의 외환위기를 막으려면 거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경제학자들은 강조했다. 금리 상승 충격으로 가계부채발(發) 금융불안까지 겹치지 않도록 통화·재정정책을 탄력적으로 조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채희율 교수는 “미 금리 인상이 시작된 만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대신 한은이 금융중개지원제도를 통해 가계부채 부담을 줄여준다면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재정건전성은 중요하지만 정부가 국가채무 기준에 얽매여 재정정책을 스스로 제약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모든 과제를 정치 이슈가 덮어버려선 안 된다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내리는 ‘신환율 전쟁’에 뛰어든다면 한국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여야가 경제문제에는 초당적으로 나서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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