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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칼럼] 한국인의 DNA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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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 보이지만 역동적인 한국인들
겁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기적' 만들어
그 DNA 장점 살려 위기극복 힘모아야

윤은기 <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



한국인의 성품은 조용한가 다혈질인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는 표현은 19세기에 조선을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비쳐진 모습인데 사실은 조용하기보다 ‘폐쇄된 나라’ ‘은둔의 나라’라는 뜻으로 쓰여진 것이다. 이 은둔의 나라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결코 조용한 성품은 아니었던 듯하다. 서양 선교사들이 조선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기록한 내용을 보면 조선인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점잖고 심지어는 게으르게까지 보이지만 조금 깊이 다가가보면 매우 활달하고 호기심이 강하고 재빠른 사람들이라고 쓰여 있다.

호머 헐버트 박사의 일기를 보면 조선인들은 성냥이 유입되자 그 편리함을 알고 오랫동안 써오던 부싯돌을 집어 던지고 모두 성냥을 쓰기 시작했는데, 조선 팔도에 성냥이 보급되는 데 1년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비해 일본은 몇 년씩 걸렸으니, 조선인들이 얼마나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역동적이었는지 감탄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평가하는 한국인의 특성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이 많다’ ‘신바람이 있다’ ‘열정적이다’ ‘급하다’ ‘욱하는 기질이 있다’ ‘겁이 없다’ ‘몰려다닌다’ 등. 이런 지적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외국 유명 가수들이 우리나라에 공연하러 왔다가 수천, 수만 명의 청중이 다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떼창’에 큰 충격과 감동을 받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의 문화다.

한국인이 얼마나 겁이 없는지 알 수 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2004년 3월 포항 송도해수욕장에 길이 2m가 되는 식인상어가 나타났는데 근처에 있던 시민 다섯 명이 바다에 뛰어들어 맨손으로 상어를 잡아서 끌고 나온 적이 있다. 당시 TV 뉴스에 나온 사진을 보면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무시무시한 상어였다. 해수욕장에 식인상어가 나타나면 대피해야 하는데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상어를 두들겨 패서 끌고 나왔으니 상어도 놀라고 세상도 놀랄 일이다. 용맹성으로 치자면 세계 최정상급이다. 그런데 그날 바다에 뛰어들었던 시민 중 한 명이 인터뷰하는 걸 보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식인상어인 줄 모르고 바다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한 명이 뛰어드니까 덩달아 함께 뛰어들었고, 부딪혀보니 식인상어여서 죽기 살기로 싸우면서 끌고 나왔다고 한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 사건에도 한국인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겁이 없고 용감하다’ ‘정확한 정보가 없어도 서슴없이 행동한다’ ‘한 사람이 뛰면 따라서 뛴다’ 같은 한국인의 특성은 때로는 큰 성과를 가져오지만 때로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빨리빨리 덕분에 고속성장도 했지만 졸속에 의한 사고도 많았다. 음주가무를 즐긴 덕분에 시간낭비도 있었지만 오늘날 한류를 만들어 냈다.

겁 없는 도전정신과 열정 덕분에 2차대전 이후 현대사의 기적이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달성할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기적도 감독과 선수들만의 노력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합심해 참여하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면서 이룩한 성과다. 이때 전 세계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재평가하고 한국인의 기질과 저력에 갈채를 보냈다.

지금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대통령은 탄핵으로 소추돼 국정이 흔들리고 있고 전국 곳곳에서 찬반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안보위기, 경제위기, 정치위기라는 3각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정세와 주변국 상황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19세기 말이나 20세기나 지금이나 이 땅 위에는 같은 DNA를 가진 한국인이 살고 있다. 한국인의 특성이 올해 순기능으로 작용할지 역기능으로 작용할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총체적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 더 좋은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넘기고 전 세계인들로부터 ‘위대한 한국(Great Korea)’이라는 찬사를 듣게 될 것인지, 한동안 잘나간 ‘미완성의 나라’로 가라앉을 것인지는 한국인의 DNA가 지닌 장단점을 잘 살펴보면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윤은기 <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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