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영업익 9조2200억원…전년비 50% 증가
반도체 등 부품 부문 선전과 스마트폰 부문 회복
[ 이진욱 기자 ] 삼성전자가 2016년 4분기에 영업이익 9조원을 훌쩍 넘기며 10조원 시대를 예고했다. 반도체 부문이 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갤럭시노트7 악몽을 지웠다.
삼성전자는 24일 2016년 4분기 잠정실적(가이던스)을 발표하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3조3300억원과 9조2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0.0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0.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넘었던 2013년 3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최대 실적이다. 역대 기록 순위로는 2013년 2분기 9조5300억원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17.4%로, 2013년 3분기 17.2%를 넘어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201조8667억원, 영업이익이 29조2407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보다 매출은 0.5%, 영업이익은 10.7% 늘며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의 선전과 스마트폰 부문의 회복세, 가전 부문의 성수기 효과 등에 환율 효과까지 겹치면서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4분기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은 반도체 부문이 4조95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인 가운데 △IM(IT모바일) 2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3400억원 △CE(소비자가전) 3200억원을 올렸다.
■부품사업, 호실적 견인…영업익 절반이상 책임
이번 호실적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다. 4분기 반도체 부문은 고성능·고용량 제품 공급 확대에 따른 메모리 실적 성장으로 매출 14조8600억원과 영업이익 4조9500억원을 올렸다.
그동안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반도체 부문은 최근 공급 부족으로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압도적인 기술력과 세계 메모리 1위 지위를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강화했다.
우호적인 환율 효과까지 보태졌다. 영업이익이 5조원에 근접하며 분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은 2015년 3분기 기록한 3조6600억원이었다. 당초 시장은 4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실제 실적은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는 64단 V-낸드 공급 시작과 10나노급 D램 공급을 본격 확대하는 동시에 수익성 중심 제품 판매에 집중해 실적 향상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10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14나노 제품기반의 오토모티브(Automotive)·웨어러블(Wearable)·IoT 등 제품 다변화와 이미지센서·DDI(디스플레이구동칩) 등의 제품들의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中 모바일업계 엣지디스플레이 채택
디스플레이 부문은 매출 7조4200억원, 영업이익 1조3400억원을 달성했다. LCD패널 가격 상승 및 OLED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 3분기에 이어 1조원 초반 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비보 등 중국 모바일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엣지 디스플레이'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OLED 기술 리더십을 이어가고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플렉서블 제품 공급을 늘려 전년 대비 실적 향상에 주력한다. LCD는 UHD·대형 패널 등 고부가 제품 경쟁력 강화와 프레임리스(Frameless)·커브드(Curved) 등 차별화 제품 판매 확대를 추진해 안정적 수익성을 유지할 방침이다.
올해 1분기는 주요 스마트폰 고객사들의 OLED 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거래선 수요에 적극 대응해 실적 향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LCD 사업은 비수기이지만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원가 경쟁력 제고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갤노트7 악재 턴 IM부문, 회복세 뚜렷
4분기 IM 부문은 매출 23조6100억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부문은 뒤에서 실적을 떠받쳤다. 갤노트7의 대량 리콜 사태로 3분기 1000억원 흑자에 그쳤던 IM부문은 4분기 들어 부진을 털어냈다. 2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3분기 누적 8조3100억원이었던 IM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1조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올해 IM 부문은 전년 대비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 둔화가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차별화된 디자인과 혁신 기능을 통해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우는 방수방진, 지문인식 등의 기능도입으로 제품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차별화와 더불어 소프트웨어와 솔루션도 지속 강화한다.‘삼성 클라우드’와 ‘삼성 페이’ 등은 적용 모델과 지역을 확대하고 전략 모델에는 AI 관련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스마트폰 판매량과 매출은 전분기 대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익은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CE부문, 고부가 제품 증가 효과
4분기 소비자가전(CE) 부문은 매출 13조64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잠정실적에 비해 7000억 수준 낮아졌다.
TV의 경우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등 연말 성수기 프로모션 강화 속에 SUHD·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는 확대됐지만, 패널 가격 상승과 환 영향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생활가전은 전년 동기 대비 ‘애드워시’ 세탁기와 ‘셰프컬렉션’주방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은 성장했지만 B2B 부문 신규 투자에 따른 비용 증가 영향 등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2017년 삼성전자 TV 사업은 QLED TV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확대에 역점을 두고, 생활가전은 ‘패밀리허브 2.0’ 냉장고, ‘플렉스워시’세탁기 등 혁신 제품과 스마트 가전 강화, B2B 투자 본격 확대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호조가 이어지고 모바일부문이 회복되면서 올 1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 중반대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 1분기 실적은 삼성전자 주력 신제품출시 공백기에 따른 스마트폰 판매 둔화 등에도 △우호적인 환율효과 △DRAM 및 NAND 플래시메모리 가격 상승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총괄 실적 성장세 지속 △합리적 마케팅 비용 반영에 의한 IM총괄 수익성 개선 △LCD 패널가격 상승 및 OLED부문 호조에 의한 DP총괄 선전 등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영업이익은 반도체총괄 및 IM총괄 수익성 개선으로 3.4%포인트 증가한 9조5200억원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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