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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아프리카 원주민의 SNS는 북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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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메이션

제임스 글릭 지음 / 박래선·김태훈 옮김 / 동아시아 / 656쪽│2만5000원



[ 김희경 기자 ] “어둠의 대륙을 가로질러 결코 침묵하지 않는 북이 울린다. 말하는 북, 지도 없는 정글의 무선 연락기.”

미국 시인 어마 와살이 어떤 북소리를 듣고 쓴 문구다. ‘말하는 북’은 뭘 뜻하는 것일까.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나무로 만든 북인데 이 북소리엔 놀랍게도 많은 정보가 담겨 있었다. 북소리 하나만으로 적의 접근을 알리기도 했고, 이웃 마을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마치 말을 하듯 말이다. 마을에서 마을로 전달된 메시지는 순식간에 160㎞ 이상 퍼져 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선교사 로저 클라크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북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북소리에 담긴 뜻은 거의 모두가 이해한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성조’에 있었다. 음의 높낮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아프리카에서 이들은 북소리를 더 강하게 끌어올리거나 낮추는 식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다. 유럽인들이 비웃던 ‘원시적이고 애니미즘적’인 아프리카는 없었다. 훌륭한 정보 전달체계가 구축돼 있는 공간이었다.

《인포메이션》은 역사가 시작된 이후 진화를 거듭해온 정보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아프리카 북소리부터 문자와 사전, 인쇄술, 전화, 컴퓨터와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순간을 포착한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제임스 글릭. 중국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미국 뉴욕에 폭풍이 몰아친다는 ‘나비 효과’의 개념을 널리 알린 《카오스》의 저자다.

그는 정보의 역사를 찾아 상형문자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자의 발명은 기록뿐만 아니라 범주화, 일반화 같은 사고체계 자체를 만들어냈다. 문자화된 언어는 진화를 거듭했고 급기야 ‘사전’이 탄생한다. 사전의 발명으로 추상적 개념들은 분화됐고, 지식은 체계화됐다. 인쇄술은 책을 만드는 속도를 급속도로 향상시키며 정보와 지식의 확산을 이뤄냈다.

저자는 “정보는 항상 거기에 있었다. 화강암 묘비부터 전령의 귓속말까지 유·무형의 형태로 선조들의 세계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정보의 거미줄을 엮는 중심 역할을 했으며 정보의 저장·전송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정보 홍수’의 시대다. 21세기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전달되고 있다. 하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계속 늘어나는 끔찍한 양의 정보가 야만으로의 회귀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만, 무엇을 정확히 알진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보 홍수 시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단이 있다고 주장한다. ‘검색’과 ‘필터링’이다. 색인이 없는 인터넷 사이트는 도서관의 서가에 잘못 꽂힌 책과 같다. 많은 기업이 필터링과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이유다.

대중이 스스로 올린 정보와 지식으로 만들어진 ‘위키피디아’도 검색과 필터링을 결합한 것이다. 구글의 검색을 바탕으로 올바른 사실은 한데 모으고 잘못된 지식은 차단하려는 대대적인 필터링의 조합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유령처럼 되진 않을 것이다. 정보를 끊임없이 뒤지면서 재배치하고, 불협화음과 허튼소리가 모인 곳 한가운데서 의미 있는 행들을 찾아낼 것이다. 그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역사를 읽고, 우리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수집해낼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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