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연초부터 은행권이 ‘쪽지 인사’로 술렁이고 있습니다. 쪽지 인사는 쪽지 예산에서 나온 말입니다.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국회의원들의 민원성 예산을 흔히 쪽지 예산이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매년 초 은행들이 지점 배치 등의 인사를 할 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종의 민원을 넣는 걸 쪽지 인사라 일컫는 겁니다.
은행들은 임원 인사를 마친 뒤, 지점장 인사를 합니다. 전국 각 영업점을 이끌 지점장 결정이 끝나면 곧바로 실무 직원에 대한 지점 배치 작업이 시작됩니다. 생각보다 눈치 작전과 신경전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원들이 선호하는 지점이 겹치기 마련이거든요. 아무래도 자산가들이 많이 거주해 영업 활동에 용이한 서울 압구정, 방배, 대치 등 강남 일대가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대기업 등을 주로 관리하는 대기업센터나 종합금융센터 등도 은행원들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지점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한해 근무 여건과 영업 실적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연초 지점 배치 인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투명한 인사를 공언하면서 과거에 비해 인사 평가 결과 등 개인 역량과 조직의 운영 전략을 좀 더 반영해 지점 배치가 이뤄지는 추세입니다. 물론 빠르게 확산한 성과주의 문화도 크게 작용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민원과 청탁 등 쪽지 인사가 여전하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얘기입니다. 한 은행원은 “최종적으로 근무할 지점이 결정되기까지 통상 다섯 차례 이상 바뀌는 것으로 안다”며 “물론 휴직자나 복귀자, 본점 인력 수급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각종 채널을 통한 민원성 청탁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귀띔하더라고요. 실제 정치·경제계 인맥을 통해 이른바 ‘꿀보직’이라고 불리는 선호도가 높은 지점을 부탁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또 다른 은행원은 “과거에는 자택에서 가까운 지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젊은 은행원들은 본인의 전문성 등을 감안해 특정 지점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상당수 은행원들이 본인이 원하는 희망 지점 순위를 제출하고 최종 배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달 말이면 전국 10만명 은행원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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