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단계따라 온도차
개포주공아파트 1·4단지 등 저가 급매물 위주 매수세 유입
잠실주공5단지도 가격 회복세
은마 등 재건축 초기단지는 관망…"고점서 1억 빠져도 거래 안돼"
[ 조수영/윤아영 기자 ] ‘11·3 주택시장 관리방안’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얼어붙었던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에 국지적으로 온기가 돌고 있다. 강남구 개포주공1, 강동구 둔촌주공 등 재건축을 위한 이주가 임박한 단지들은 바닥을 찍고 1000만~6000만원 반등했다. 반면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초기 단계인 노후 단지들은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개포·둔촌·잠실 거래 재개
28일 개포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2㎡형의 9억4000만~9억5000만원대 급매물이 최근 모두 팔렸다. 재건축 뒤 전용 84㎡형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이다. 지난 9월 최고점(10억6000만원) 대비 1억2000만원 정도 떨어지자 대기 매수세가 유입됐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이달 들어 9억4000만~9억5000만원에 나온 급매물이 모두 정리되자 호가가 소폭 반등했다”며 “매수 문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전부터 사려던 이들이 관망하다가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지 않자 급매물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개포주공1단지는 지난 5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데 이어 8월 조합원 평형 신청을 받았다.
내년 초 이주를 앞두고 있는 개포주공4단지도 소형 평형 위주로 거래가 재개되고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전용면적 84㎡를 받을 수 있는 작은 면적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큰 평형은 자금 부담이 커서인지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내년 5월 이주를 앞두고 있는 둔촌주공1단지의 급매물도 점차 소화되고 있다. 둔촌동 K공인 관계자는 “우리 사무실에서만 지난주에 4건 정도 매매를 성사시켰다”며 “고점에서 4000만~5000만원가량 내린 급매물이 나오면 바로바로 소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개업소들은 둔촌주공의 이달 전체 거래량이 30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음달 중순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정비계획 변경안 심의를 앞두고 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바닥을 찍은 뒤 6000만원 이상 반등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112㎡형은 지난 9월 15억8000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11·3 대책 발표 이후 2억5000만원 정도 호가가 급락했다. 잠실박사공인 관계자는 “13억700만~13억3000만원 선에 나온 ‘급급매물’은 모두 거래됐다”며 “최근 나오는 급매물은 다소 오른 13억7000만~13억8000만원”이라고 말했다.
◆대치·잠원동은 ‘꽁꽁’
반면 아직 재건축 사업이 초기 단계인 단지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50층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은마아파트는 정부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잠잠한 상태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단계다. 지난 9월 최고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101㎡형은 10억8000만~11억원 선에 나와 있지만 매수세가 쉽게 붙지 않고 있다.
재건축 추진 초기 단계인 서초구 잠원동 일대 단지들도 아직 얼어붙어 있다. 잠원동 C공인 관계자는 “고점 대비 1억원 정도 빠진 가격으로 급매물이 일부 나오긴 했는데 거래가 거의 안 되고 있다”며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아직은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막연한 재건축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노후 단지들은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재건축이 구체화된 단지들은 바닥을 찍은 분위기”라며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이런 분위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수영/윤아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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