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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의 두 얼굴…'싸거나' 혹은 '고급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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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레는 겨울…스키장 기상도
오크밸리, 리프트 98% 할인
곤지암리조트, 노 디스카운트



직장인 이은정 씨(39)는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아들과 스키장에 가기 위해 가격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5만7000원짜리 리프트권을 단돈 1000원에 판매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가 갖고 있는 신용카드와 리조트가 제휴한 카드 할인행사였다. 이 행사를 이용할 경우 이 씨와 아들이 리프트권 구입에 쓰는 돈은 2000원이다. 정가(5만7000원+4만5000원=10만2000원)보다 10만원 저렴하다.

리프트권 비용을 아끼자 예산도 줄었다. 렌탈샵에서 스키복과 장비를 대여할 비용까지 계산해 보자 스키장을 가는데 4만원가량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이 씨는 가격 말고도 스키장 접근성에 마음이 끌렸다. 강원도에 위치한 이 리조트 인근엔 최근 고속도로가 새로 개통됐다. 숙박을 하지 않고 오후에 서울 집으로 돌아올 만한 시간이 된다. 크리스마스에도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두고 아들과 둘만 놀러 간다는 게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


◆할인, 할인, 또 할인

강원 원주 오크밸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 씨 같은 '알뜰 스키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제휴카드를 통해 리프트권과 렌탈을 요일, 시간별 1만원에 제공하는 등 다양하게 할인한다.

IBK기업은행카드 소지자에겐 매일 야간 리프트권(오후 6시 30분~오전 12시) 2장을 1만원에 판다. 하나카드 소지자에겐 5만7000원짜리 오전 리프트권(오전 8시 30분~오후 1시)을 연말까지 1000원으로 할인해 준다.

카드할인 효과는 내장객 신장으로 나타났다. 오크밸리에 따르면 이 리조트를 찾는 스키어는 해마다 20%씩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키장이 정체 혹은 감소 현상을 보이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크밸리 관계자는 "회원을 확대해야 하는 카드사와 내장객을 늘려야 하는 리조트의 입장이 맞아떨어졌다"며 "올해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돼 더 많은 스키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실을 나눠 갖는 카드사도 표정은 나쁘지 않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다음 할인행사 계획에 대한 문의 전화가 적지 않다"면서 "카드사 홍보효과 외에도 가입자들의 반응이 좋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 할인율…만족도는 반비례?

오크밸리처럼 80%~90%에 달하는 할인율은 리조트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스키장 제휴카드 할인율은 30%를 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놀이공원과 물놀이시설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반값에 이용 가능하더라도 실적 제한이 있거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구분하기도 한다.

카드할인 공세가 소비자에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몰려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득을 보려는 개인이 모여 오히려 전체의 피해를 만드는 경우다.

한 스키어는 "싼 맛에 갔던 스키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리프트를 기다리다 시간이 다 갔다"며 "슬로프와 설질도 좋은 편은 아니어서 가격 말곤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전사고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한 놀이공원은 2006년 무료개장 당시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아수라장이 됐다. 부상을 입어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도 35명이나 됐다. 엿새로 계획됐던 행사는 결국 하루 만에 끝났다.


◆전략적 선택 '프리미엄'

할인 대신 고가를 내세우는 전략도 있다.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의 시즌권 가격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시간제 리프트권인 미타임패스 4시간 요금 또한 주말 기준 6만5000원(성인)으로 비교적 비싼 편이다. 제휴카드로 예매할 경우 20%까지 할인되지만 제휴사는 한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키어들 사이에선 '주머니 사정이 좋을 땐 곤지암 간다'는 말이 나온다. 높은 가격 대신 정원이 제한돼 슬로프가 쾌적하고 리프트 대기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설질 또한 우수하다는 평가다. 고가전략이 오히려 경쟁력을 키운 경우다.

실제 곤지암리조트와 곤지암CC를 운영하는 서브원 레저사업부의 매출은 2014년 984억원에서 2015년 113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는 6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곤지암리조트 관계자는 "내장객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스키에 집중하려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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