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안건조정 등 견제장치 '무용지물'
사회적경제기본법·법인세 인상 등 4野 공조 가능성
[ 홍영식/박종필 기자 ]

새누리당이 분당되면 국회는 ‘야당 천하’가 된다. 새누리당의 현재 의석수는 128석이다.
오는 27일 탈당해 ‘보수 신당’을 차리겠다는 새누리당 의원은 33명.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 의원은 95명으로 줄어든다. 전체 의석수(300석)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다음달 중순께 귀국하겠다고 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에 따라 중립 성향 상당수 의원의 탈당도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위원장직을 넘기고 나가라고 요구하지만 탈당파들은 거부하고 있다. 의석이 줄어든 만큼 새누리당 몫 상임위원장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신당파들은 ‘33석+α’ 의석수가 예상되는 만큼 상임위원장 3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견해다.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방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등 6곳이 새누리당 의원 3분의 1선이 붕괴된다. 탈당파들은 안보는 보수, 경제·노동 분야는 개혁적으로 가겠다고 한 만큼 사안별로 다른 야당과 협조하면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경제 좌클릭’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탈당파 가운데 이혜훈 김세연 의원 등 상당수가 19대 국회 때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에서 활동했다. 유승민 의원과 이 의원 등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해왔다.
노동 관련 입법과 관련해서도 이들은 기존 새누리당과 다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유 의원은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양극화, 불평등,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입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을 비롯해 상당수 탈당파 의원이 야당과 같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찬성해 와 관련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재위는 심재철 이종구 이혜훈 정병국 유승민 의원이 탈당하면 여당 7명, 야당 19명이 된다. 유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 활성화를 위해 기획재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게 골자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유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발의했다가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대로 입법이 좌절됐다. 유 의원은 지난 10월 야당 의원과 함께 이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새누리당은 분당 뒤 야당이 합심해 추진하는 법안에 제동을 걸 수단이 없다. 3분의 2 이상 의석수를 차지하게 되는 야당이 힘을 합하면 국회선진화법은 ‘무용지물’이 된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의견이 엇갈려 처리가 늦어지는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통과시키려면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또는 전체 의원의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은 ‘안건조정위원회 신청’을 통한 야당의 법안 처리를 저지하지 못하게 된다. 국회법 52조 2항엔 각 상임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다.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벌일 수 없게 된다. 국회법 106조 2항엔 본회의에서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토론을 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해야 한다.
홍영식 선임기자/박종필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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