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4월 퇴진'을 놓고 기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다음주 6~7일쯤 여당 의원들과 면담을 통해 4월말 퇴진을 수용하면 사실상 야권의 탄핵소추안 표결 처리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비주류(비박계)가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퇴진 시점을 천명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비박계가 '4월 퇴진론'을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최대 변수. 비주류 비상시국회의는 이달 7일까지 '질서있는 퇴진'을 위한 여야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야당에 요구했다.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4월말로 천명하면 새누리당 비주류가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3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 탄핵안을 발의, 오는 9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비박계 요구대로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선언하더라도 탄핵안 표결은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야권에선 대통령이 다음주에 새누리당 퇴진 요청을 수용하는 각본이 이미 짜여져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조응천 더민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위해선 과반인 151명의 의원이 필요하다. 탄핵안은 발의 후 첫 본회의 보고로부터 24∼72시간 범위에서 표결해야 한다. 탄핵안 의결을 위해선 국회의원 200석 확보가 필요하다. 야당과 무소속 172명을 제외한 최소 새누리당 의원 2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 비주류 내부에서도 탄핵 표결을 놓고 찬반이 엇갈려 최종 선택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비박계 핵심 정병국 유승민 의원은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약속해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반면, 김무성 전 대표 등 일부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못박으면 탄핵안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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