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남자' 진일 役 최민호
"아이돌 출신 배우, 날 선 시선…극복해야 할 숙제"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꿰차면서 '발연기' 논란은 늘 반복되곤 한다.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로 한류의 선봉장에 서 있는 최민호(26) 또한 그렇다. 미처 영글지 않은 연기력으로 대중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새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로 돌아온 최민호는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눈빛부터 생각까지 배우가 되가고 있었다.
◆ "날 선 시선, 내 편으로 만들래요"
"저예산으로 제작한 우리 작품이 선전해서 한국 영화계 장르를 다양화하는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30일 개봉한 '두 남자'는 최민호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독립 영화계 기대주 이성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가출 청소년과 노래방 악덕업주가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벌이는 진흙탕 같은 싸움을 그렸다.
극 중 최민호는 오토바이, 휴대폰을 훔쳐 장물 판매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열 여덟 살 가출 소년 진일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아이돌 일 때는 입에 담지 못했던 거친 욕설도 시원하게 내뱉는다. 비흡연자지만 영화를 위해 담배도 입에 물었다.
최민호는 스스로 '또 다른 나'를 발견했다며 만족해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데뷔까지 굴곡 없는 평탄한 삶을 살아온 자신과는 정반대인 진일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걱정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스크린에 비칠 제 모습이 궁금하더라고요. 진일을 이해할수록 안타깝고 불쌍해 모니터를 못 볼 정도였어요. 배우로서 새로운 이미지가 추가된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두 남자'의 진일은 과거 최민호가 해온 연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는 "연기를 못했던 건 사실"이라고 스스럼없이 속내를 드러냈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때는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했죠.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굳이 변명하지 않았어요.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날카로운 시선들이 좋게 돌아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무플' 보다 '악플'이라고 하잖아요? 그 모든 시선들을 제 편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 "'마 형님'에게 인정받아 기뻐요"
최민호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마동석의 응원 덕이었다. 마동석은 진일과 상극인 노래방 악덕 업주 형석 역을 맡아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카메라 불이 꺼지면 두 사람은 기쁨과 고민을 함께 나눴다. 나이 차이는 크게 나지만 술 친구가 됐을 정도. 그는 마동석을 '마 형님'이라고 불렀다.
"후배는 선배와 연기할 때 얼어붙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친해도 촬영장에 가면 긴장이 되죠. 마 형님은 분위기 자체를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주세요. 수많은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치로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어요. 돈 주고는 못 배우는 것들입니다. 정말 감사해요."
마동석 또한 최민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두 남자' 시사회 당시 마동석은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을 초대했다. 이는 최민호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조력자, 이성태 감독은 최민호가 마음껏 연기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촬영도 이야기의 흐름대로 조정했다.
"마지막 신을 찍을 때 감정 콘트롤이 안됐습니다.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춥기도 춥고, 온몸이 떨렸죠. 클로즈업 신이었는데 앵글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독님이 손을 꽉 잡아주셨어요."
'두 남자'는 다소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관람객 수에 영향을 미칠까 좌불안석인 주연배우에게 이성태 감독은 명언을 남겼다. "영화는 '청불'이지"라고.
◆ "샤이니·연기, 놓치지 않을 거예요"
2008년 그룹 샤이니로 데뷔한 최민호는 '누난 너무 예뻐', '아.미.고', '링딩동', '루시퍼' 등의 히트곡을 통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얻었다.
연기에 발을 들인 건 2010년 '드라마 스페셜-피아니스트'(2010)를 통해서다. 이후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메디컬탑팀'(2013), '처음이라서'(2015)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올해 초에는 '계춘할망'을 통해 스크린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아이돌 가수로서의 민호와 배우 최민호의 간극은 크다. 화려한 무대 한 축을 담당하던 그가 스크린에서는 오롯이 혼자서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두 개의 다른 삶이지만 어느 한 쪽도 포기하고 싶진 않다.
"대기실에서 멤버들과 있을 때는 가만히 있는 편이예요. 지금은 혼자라 더 잘해야겠다 싶죠. 저에게는 샤이니도, 연기도 절대 놓칠 수 없는 두 가지예요. 사실 노선이 다를 뿐이지 지향하는 바는 비슷해요. 결국 대중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잖아요."
햇수로 9년 차. 최민호는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을 했음에도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을 보며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0대 세운 목표 중 하나가 '열일하는 배우'예요. 빨리 다른 시나리오가 들어와서 연기 했으면 좋겠어요. 몸이 부서져도 일 할거예요. 아직 젊잖아요."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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