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불확실성에 기업들 체질개선 비상
포스코건설, 적자누적 엔지니어링 합병
LS네트웍스·쌍용양회, 비 주력사업 분할
야당 규제 추진에 지주사체제 서둘러 도입
[ 김익환 기자 ]
포스코엔지니어링 임직원들이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정유·화학 플랜트 등이 주력인 이 회사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주 물량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2014년부터 적자를 내왔다. 부실이 깊어지자 모회사인 포스코건설은 지난 23일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구조조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올 9월 말 기준 임직원이 1154명에 달했지만 최근 수백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포스코건설과 합병되는 과정에서도 추가 감원과 조직개편이 잇따를 전망이다.
◆어떤 식으로 정리하나
이 사례는 관계사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그룹 주력회사가 합병 주체로 나선 것이지만 분할을 통해 비주력 기업(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방식도 있다. LS네트웍스는 지난달 아웃도어 브랜드인 몽벨의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몽벨코리아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1981년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앞세워 몽벨과 잭울프스킨, 스케쳐스 등의 브랜드 사업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에서 손실이 커지자 프로스펙스만 남기고 다른 브랜드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물적 분할한 스케쳐스 사업부는 최근 미국 본사에 팔렸다. LS네트웍스는 몽벨도 지분을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쌍용양회도 이달 3일 석유유통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쌍용에너텍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쌍용에너텍 지분 매각으로 쌍용양회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9월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쌍용양회는 주력인 시멘트 사업과 동떨어진 비주력 사업 처분에 나서고 있다.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달 이후 계열사를 흡수하기로 한 대창단조 솔브레인 바텍 심팩메탈로이 엠케이트렌드 인프라웨어 세이브존I&C 등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계열사 유지에 따른 기업집단 내부의 낭비 요인을 제거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 속사정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 분할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정치권의 역학구도상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옥죄는 법안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 분할 때 자사주를 사전에 소각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이 인적 분할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리되면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가 분할 비율만큼 지주사로 넘어가고, 지주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사업회사 신주로 전환된다. 지주회사가 자사주를 통해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지주사가 자사주 없이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며 “야당 측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 들어 샘표식품 일동제약 홈센타홀딩스 유비쿼스 AP시스템 크라운제과 경동도시가스 매일유업 오리온 등이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이유다.
내년 7월부터 공정거래법을 적용받는 지주사의 자산 기준이 현재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올라가면서 현재 지주사에 적용되는 취득세·양도세 등의 세제 혜택을 받으려는 자산 1000억~5000억원 규모의 기업도 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제일약품 등도 연내 지주사 전환을 발표할 후보군으로 꼽힌다. 최근 지주사 전환을 결정한 한 기업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책적 불확실성이 생겨나기 전에 기업 지배구조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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