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한마음으로 뛰어다녀도 모자랄 판에…
6개월간 60여차례 임단협 협상
구조조정 일환 사업부 분사안에
노조 "일방적 통보" 반발하며 '금속노조 가입' 카드 꺼내들어
강대강 대치…부분 파업 지속
[ 안대규 기자 ] 구조조정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노사갈등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내건 비(非)조선부문 분사와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노동조합이 파업 등으로 저지하며 ‘강(强) 대 강(强)’으로 대치하고 있다.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 측은 민주노총의 금속노조 가입까지 추진하고 있어 향후 노사 관계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분사에 제동 건 노조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를 조선해양과 건설장비, 전기전자시스템, 로봇 등 6개 독립사업회사로 나누는 방안을 의결했다. 분사로 차입금이 분산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사업별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현대중공업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조합원의 힘을 분산시키고 정기선 전무의 경영승계를 원활하게 하려는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23일에 이어 25일에도 울산조선소 내에서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부분파업만 올 들어 14번째다. 노조는 분사로 인한 임금삭감, 복지혜택 축소, 인력 감축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개월간 60여차례 임단협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현대중공업 노사는 23일 회사 측의 제시안을 노조가 거부하면서 갈등이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현대중공업은 △기본급 동결 △고정연장제도 대신 월평균 3만9000원 지급 △노사화합 격려금 지급 △종업원 자녀 신규채용 우대 폐지 △조합원 해외연수 유보 등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상황에서 조선사가 종업원 자녀의 채용을 돕고 해외연수를 지원할 경우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제시안에 대해 “회사가 협상 대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거부하며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기본급 9만6712원 인상 △직무환경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지원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가입이 또 다른 불씨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조선 불황 때문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중 가장 먼저 2014년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현대자동차 주식 매각과 인력 감축으로 전체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 가운데 1조5000억원을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작년과 올해에만 3500여명이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13건이나 발생한 것도 노조가 강성으로 돌아선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노조 측은 분사로 인한 고용 불안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수단으로 ‘금속노조 재가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4년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제명된 후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기업별 노조 형태를 유지해왔다. 이 회사 노조가 금속노조에 다시 들어가겠다는 것은 산별 노조로 전환해 더 강한 투쟁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노조 측은 다음달 하순 조합원의 동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금속노조에 가입하려면 조합원(1만5000여명)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산별 교섭이 이뤄지면 노사 협상에 더 오랜 시일이 걸리고 갈등도 심해질 것”이라며 “노사가 한마음으로 수주절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노사갈등이 지속돼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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