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블리가 사라졌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에서 배우 공효진은 종적을 감췄다. 스크린에는 중국인 보모 한매만이 존재했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감쪽같이 사라진 보모 한매와 경찰도, 가족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홀로 아이와 한매를 추적하는 워킹맘 지선의 이야기다.
이름, 나이, 출신 모든 것이 거짓인 중국인 보모 한매는 공효진이,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 소송 중인 워킹맘 지선 역은 엄지원이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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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의 변신은 대단히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지난 10일 종영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화려하고 통통 튀는 기상캐스터 표나리의 얼굴은 말끔히 지운 채다.
‘미씽’ 속 한매는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보모에서 극의 진행에 따라 서늘한 납치범으로 변모해 간다.
공효진의 캐스팅은 이언희 감독의 공이 컸다. 이 감독은 21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 에서 “개인적으로 너무 보고 싶어 공효진에 부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언희 감독은 영화 제작 단계에서 주변에서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인물로 한매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에 신인으로 캐스팅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공블리’ 공효진이 중국인 보모라니, 연상이 되지 않더라. 주변 반응도 ‘이렇게 힘든 역할이 어울릴까?’라고 했다. 촬영 내내 공효진의 새로운 모습에 신기한 순간이 많았다. 이 역을 맡아 정말 다행이다.”
공효진은 “시나리오를 읽고 이틀 정도 여운이 남았다. 지금까지 작품 중 여운이 가시지 않은 작품은 ‘미씽’을 포함해 단 세 개”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작품에서 공효진은 아이를 돌보는 한매의 디테일한 손길부터, 전개에 따라 극적으로 변하는 대사, 성격까지 섬세하게 연구한 노력을 여실히 보였다.
“얼굴을 점으로 뒤덮고 눈썹도 과하게 그렸다. 어쩌면 척박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을 법한 시골 여자라고 비주얼적인 상상을 했다.”
그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한국어 실력. “촬영을 하면서도 ‘중국 배우가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식의 이야기도 했다. 한국말을 잘하는 배우 공효진이 어눌하게 한국어를 구사해야 하는 점이 관건이었다.”
공효진은 한국어를 극중 한매 만큼 구사하는 중국인 선생님을 찾았다. 시나리오를 보며 설정한 한국말 보다 중국인 선생님이 뱉는 한국어를 그대로 연기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것.
"‘관객들이 중요한 감정신에서 한매의 한국어를 듣고 ‘피식’하고 웃으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을 하며 촬영했다. 입을 떼는 매 순간이 어려웠다. 다행인 점은 한매는 대화할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웃음)”
이언희 감독은 가혹한 시련에 처한 두 여자 한매와 지선의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충격적인 반전과 메시지를 관객에 안긴다.
“한매라는 인물을 보고 ‘요즘 그런 사람이 있어?’라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조금 더 소외돼 버린다. 그런 사람들이 2016년 현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대중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생각하고 눈으로 확인하도록 말이다. 단지 가학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작품에 출연하는 두 엄마 공효진, 엄지원과 메가폰을 잡은 이언희 감독까지 모두 아이가 없는 30대 여성이다. 공효진은 세 사람 다 아이가 없어 더 많은 상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누구의 답이 정답이 아닌 상황에서 연기하고,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한매는 어떻게 보면 이 땅에서 제일 외로운 여자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상황을 열어놓고 연기했다. 판단은 관객의 자유다. 모두가 다 다른 답을 얻었을 것 같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오는 30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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