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부 부총리 취임 13일뒤 사임
이번에는 6일 만에 사실상 낙마
김병준 "총리 합의 전엔 사퇴 안해"
[ 박종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최순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정국 돌파용 카드로 꺼내 들었던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난 2일 김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지 불과 6일 만이다. 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취임한 지 13일 만에 물러났다. 이른바 ‘단명 징크스’다.
김 총리 후보자는 총리 지명 1주일 전인 지난달 말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국방·외교를 제외한 내치(內治) 전권을 위임받는 책임총리를 약속받았다. 그는 지명 이틀 만인 지난 4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내각 인선 권한을 포함한 경제·사회 정책의 전권을 행사하는 ‘책임총리’가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야당과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대통령이 국회와 사전 논의 없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두고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여론이 악화되자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 한다”며 김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7일에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지만 면담을 거부당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영수회담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8일 국회를 찾아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자진사퇴는 하지 않는다”며 “나를 끌어내리는 방법은 여야가 새로운 총리에 빨리 합의해서 사라지게 하거나 대통령께서 지명 철회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기 전까지는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기존 태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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