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 반응
김무성 "대통령 결단 환영"
유승민 "청와대 주도는 안돼"
박원순 "참 나쁜 대통령"
[ 손성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카드를 던진 데 대해 여야 잠룡들의 반응은 갈렸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잠룡들은 개헌 추진에 따른 득실을 따지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은 대체로 환영했지만 야권 주자들은 ‘개헌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제안 취지를 살펴보고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했다가 오후에 반대로 태도를 바꿨다. 문 전 대표는 자료를 내 “박근혜표 개헌, 정권 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건가”라고 비난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참 느닷없다. 생각이 갑자기 왜 바뀌었는지 의심스럽다”며 “개헌은 블랙홀이고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고 하더니, 그새 경제가 좋아지기라도 했는가”라고 거듭 각을 세웠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될 텐데 합의까지 이를 수 있을지, 합의를 못 하면 국회에 책임을 돌릴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어 “먼 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편해 다당제와 분권, 협치가 가능한 형태를 만든 뒤 개헌으로 넘어가는 게 순서”라며 “개헌보다 쉬운 선거제도 합의를 못 하면 난이도가 높은 개헌은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참 나쁜 대통령. 국민이 불행하다”며 “대통령 눈에는 최순실과 정유라밖에 안 보이는지? 재집권 생각밖에 없는지?”라고 적었다. 이어 “부도덕한 정권의 비리사건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지세요. 파탄 난 경제, 도탄에 빠진 민생부터 챙겨주세요. 국민이 살아야 개헌도 있고, 정치도 있습니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대통령의 국가적 결단에 환영과 존경을 표한다”며 “개헌은 1987년 민주화 시대에 만들어진 국가 체제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가 체제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지지했다. 김 전 대표는 여야와 행정부,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개헌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권력구조 형태나 개헌 시기 등에서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대통령이 개헌 ‘물꼬’를 텄지만 권력구조 유형을 놓고도 대선 주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개헌 논의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대선 주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대통령이나 정부 주도의 개헌에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권 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개헌 논의는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주도해서는 국민이 그 의도에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야권의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임기 말의 대통령은 현 개헌 논의에서 빠져달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이 맞춰진 이른바 ‘원 포인트 개헌’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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