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등기부상 논·밭도 실제 도로로 쓰이면 공공사업에 제공해야" 첫 판결
LH,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승소
무상양도 거부 관행에 제동
"토지 매입 비용·시간 절약…공공개발 사업 한층 빨라질 듯"
[ 이상엽 기자 ] 정부 소유 땅이 등기부상 논이나 밭으로 등록돼 있더라도 실제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면 개발사업자가 공공 목적을 위해 무상으로 양도받아 개발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정부는 도시계획사업 시행 과정에서 여러 이유를 들어 정부 소유 토지가 무상으로 넘어가는 것을 거부해왔다. 정부가 보유한 토지에서 이뤄지는 각종 공공시설 개발사업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부장판사 정인숙)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 도로확장사업과 관련해 국방부 등 정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LH는 2009년 3월 남양주시장으로부터 별내지구 도로 확장사업 인가를 받았다. 기존 4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었다. LH는 해당 토지에 대해 무상양도를 기대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 阿?은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자가 기존 공공시설에 대체되는 공공시설을 설치한 경우 국유재산법 등에도 불구하고 종래의 공공시설은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자에게 무상으로 귀속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국방부와 기획재정부는 “해당 토지는 부동산 등기부상 도로가 아니라 논으로 등록돼 있을 뿐 아니라 군부대 진입로로 이용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을 위한 공공시설이 아니다”며 무상양도를 거부했다. LH는 촉박한 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부로부터 토지를 사들인 뒤 2억여원의 매수대금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토지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차량 통행에 제공되고 있던 도로로 국토법이 정한 공공시설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공공시설 개발사업을 둘러싼 정부의 무상귀속 거부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법조계와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그동안 도로 공원 철도 수도 등 공공시설을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 시설을 대체할 때 정부 소유 땅에 대해선 ‘지목상 도로가 아니다’는 등의 이유로 무상양도에 반대해왔다. LH 등 개발사업자는 매번 해당 토지를 매입하느라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했다. 개발이 늦어져 피해가 주민에게 전가된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LH를 대리한 서울법률사무소 김태완 대표변호사(변호사시험 1회)는 “정부가 국토법의 취지에 따르지 않고 무상귀속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각종 개발사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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