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기업은행 '낙하산 몫'
황록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유력
기업은행 차기 행장엔 현기환 전 청와대 수석 등 거론
경제관료 '물밑 신경전'
캠코 사장, 기재부 출신 내정에 금융위 "예탁원·기보 확보하자"
보험개발원장 후임 놓고도 격돌
[ 이태명/김일규 기자 ]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 유관기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몇몇 자리는 청와대와 정치권을 등에 업은 ‘낙하산 몫’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관료 몫’을 먼저 챙기기 위해서다. 두 부처 모두 인사 숨통을 틔우려면 전·현직 관료가 외부로 진출해야 하는데 자리가 마땅치 않은 데다 유관기관 CEO 자리를 한번 넘겨주면 되찾아오기가 쉽지 않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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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낙하산에 우선권
기관장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공기업 및 유관기관은 신용보증기금(신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예탁결제원,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기보), 보험개발원 등이다. 관심이 컸던 한국거래소의 최경수 전 이사장 후임엔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공모 절차를 거쳐 선임됐고 지난 5일 취임했다.
신보와 기업은행은 청와대와 정치권이 낙점한 인사가 새 수장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관가와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신보 이사장엔 황록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차기 행장엔 내부 출신이 아니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외부 인사들이 오르내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두 곳의 CEO는) 관료 몫이 아닌 것으로 사실상 교통정리가 됐다”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게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남은 자리는 캠코, 예탁결제원, 기보, 보험개발원 등 네 곳 정도다. 이들 공기업 CEO는 그동안 경제관료 출신이 주로 맡아왔다는 점에서 관료 몫으로 꼽히는 자리다.
경제관료들의 소리없는 경쟁
캠코 사장 자리는 기재부 몫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7월 퇴임한 문창용 전 기재부 세제실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홍영만 전 캠코 사장이 금융위 출신이란 점에서 ‘수성(守成)’을 기대했지만 기재부에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금융위에선 캠코를 기재부에 넘겨준 만큼 예탁결제원 사장과 기보 이사장 자리는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예탁결제원은 유재훈 전 사장이 금융위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금융위 안에서는 이병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예탁결제원 사장으로 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용범 濚ッ냅? 유광열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도 후보로 꼽힌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한 때 후보군에 꼽혔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가 서 수석부원장을 캠코나 예탁결제원 사장으로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진웅섭 금감원장이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재부도 캠코에 이어 예탁결제원마저 내심 노리고 있다. 기재부는 ‘예탁결제원이 부산에 본사를 둔 만큼 부산 출신 경제관료가 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출신인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55)을 후보로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후임 자리를 놓고도 두 부처가 맞붙었다. 성대규 전 금융위 국장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기재부 출신인 박재식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도 후보로 거론된다.
‘불똥 튈라’ 긴장하는 금감원
기재부와 금융위의 자리 확보 경쟁은 금감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초 금감원에선 예탁결제원과 기보 사령탑으로 박세춘 이동엽 등 고참 부원장들이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힘센 두 경제부처의 자리 경쟁 탓에 기존 ‘금감원 몫’까지 뺏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개발원장 자리가 대표적이다. 현 김수봉 원장 등 금감원 출신이 주로 맡은 보험개발원장에 이번엔 금융위·기재부 출신만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가 서 수석부원장을 예탁결제원 사장 후보로 밀었던 데 대해서도 금감원은 불만이다. 금감원 내에선 “금융위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금감원 수석부원장 자리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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