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도 '덩치키우기 경쟁' 가세
동부증권, IB업무 강화 위해
유상증자·영구채 발행 검토
자본확충으로 ROE 감소 우려도
[ 임도원/나수지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27일 오후 3시57분
증권사들이 앞다퉈 ‘몸집 키우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번엔 동부증권이 자기자본을 1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물론 동부 같은 중소형 증권사들도 경쟁력 강화와 생존을 위해 자본 확충이란 결단을 내리고 있다. ‘새판 짜기’에 들어간 증권업계의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자기자본이익률(ROE) 감소를 걱정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증권사들 잇따라 ‘몸집 키우기’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부증권은 6945억원(지난 6월 말 기준)인 자기자본을 이르면 연말까지 약 8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동부증권은 최대주주인 동부화 ?지분율 19.92%)가 참여하는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화재와 동부문화재단 등 특수관계인들은 동부증권 지분 35.10%를 보유하고 있다.
동부증권은 중장기적으로는 자기자본을 1조원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1조원으로 확충한다고 해서 초대형 IB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덩치를 키우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자기자본을 확충하면 고유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등 사업기회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동부증권은 늘린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수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출신 기업공개(IPO) 전문가인 김대용 팀장, 삼성증권의 기업금융 전문가인 이강배 상무를 최근 영입했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 6월 말 현재 1조7627억원 규모인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다른 증권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초대형 IB가 되기 위해 덩치를 키우려는 대형 증권사도 줄을 잇는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한금융투자가 유상증자를 완료하면 6월 말 현재 2조5256억원인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겨 초대형 IB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오는 12월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는 미래에셋대우는 50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합병 후 자기자본 6조7000억원에 더해 8조원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자기자본 3조4486억원인 삼성증권과 3조2209억원인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4조 坪?채우기 위해 유상증자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OE 감소 우려 시선도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확충이 ROE 하락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커지는 만큼 순이익이 늘어나야 감소하지 않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5대 증권사의 ROE 단순평균은 4.9%에 불과했다. 자기자본을 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통상 7% 이상의 ROE를 내는 대형 은행보다도 낮은 수치다.
자기자본 확충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자기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는 통상 연 3~4%의 이자비용이 든다. 영구채로 자기자본 1000억원을 늘리면 이를 갖고 최소 연간 3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먹거리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덩치를 키우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 나수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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