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인터뷰
30세 이상 환자 272만명
내게 맞는 약과 치료법 찾고
운동과 식습관 관리도 중요
[ 이지현 기자 ] “당뇨는 암처럼 당장 죽거나 치료되는 병이 아니라 평소 관리해야 하는 병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당뇨약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운동과 식습관 관리 등을 통해 혈당을 어떻게 떨어뜨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비만 인구 등이 늘면서 당뇨는 더 이상 낯선 질환이 아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272만명에 달한다. 안철우 연세대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 당뇨병센터장(내분비내과 교수·사진)은 “당뇨 환자가 100명이면 100가지 당뇨가 있을 정도로 환자마다 원인과 치료법이 다르다”며 “철저한 혈당조절을 통해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호르몬 치료 명의다. 지난해부터 대한내분비학회 학술위원회 이사를 맡아 당뇨 관련 학술 연구를 이끌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의생명융합센터 소장을 맡은 그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혈당 조절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인슐린, 인크리틴 등 당뇨에 영향을 주는 각종 호르몬이 발견되면서 당뇨병 치료법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안 교수를 통해 당뇨병 치료법, 당뇨 환자의 혈당 관리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당뇨는 어떤 병인가.
“몸의 혈당 조절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원인은 환자마다 다르다. 1920년대 인슐린 호르몬이 발견되면서 과거에는 당뇨가 인슐린이 부족해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생각했다. 1970년대에 들어 당뇨병이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생긴다는 개념이 나왔다. 지금은 비만 대사증후군 고혈압 등이 섞여 당뇨라는 단일 질환보다는 복합적 증후군으로 보는 개념이 생겼다.”
▷환자에 따라 병이 다르다는 것인가.
“당뇨병을 한가지 질환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만 생각하면 안 되고 다양한 호르몬의 문제로 봐야 한다. 혈당이 똑같이 300㎎/dl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인슐린 분비가 안 돼서 생기고, 어떤 사람은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서 생긴다. 원인에 따라 치료 환경이 달라진다. 치료에 중요한 것은 철저한 혈당 조절이다. 환자에 따라 맞춤형 처방을 해야 한다.”
▷당뇨 질환이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는 의미인가.
“이전에는 1형 당뇨, 2형 당뇨 정도로 나뉘었지만 이제는 1A형, 1B형, 2A형, 2B형 등으로 더 세분화됐다. 3형 당뇨도 나왔다. 아밀로이드가 머리에 차면 알츠하이머가 되는 것처럼 췌장에 아밀로이드가 차 당뇨가 되는 것을 말한다. 3형 당뇨 환자는 다른 사람보다 빨리 알츠하이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목표는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이다.”
▷치료법은 어떻게 선택해야 하나.
“당뇨는 크게 인슐린 분비 능력과 인슐린 저항성의 함수관계로 측정할 수 있다. X축을 인슐린 분비능력, Y축을 인슐린 저항성으로 두고 환자를 구분하면 몇 가지 좌표가 찍힌다. 인슐린 분비능력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마커인 시펩타이드를 측정한다. 0.7ng/ml 이하는 적게 나오는 것이다. 1.5ng/ml 이상은 많이 나오는 것이다. 세 그룹으로 구분된다. 인슐린 저항성 검사를 해서 저항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총 6개 그룹으로 환자를 나눌 수 있다. 각 그룹에 맞는 치료를 한다.”
▷치료법이 바뀔 수도 있는가.
“당뇨는 진행성 질환이다. 지금은 맞아도 5년 뒤에 약이 안들을 수 있다. 인슐린 분비 능력이 바뀌기도 하고 저항성이 올라가거나 떨어질 수도 있다. 2~3개월에 한 번 정도 공복 혈당, 식후 혈당, 당화혈색소 등의 수치를 보고 맞는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약을 먹어도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많은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기 등 감염질환에 걸리면 갑자기 혈당이 올라갈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인슐린에 반대 작용을 하기 때문에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항생제 스테로이드 등을 먹으면 갑자기 혈당이 올라갈 수 있다. 주의해야 한다.”
▷합병증을 막기 위해 약만 잘 먹으면 되나.
“당뇨 환자 합병증을 떨어뜨리는 데 제일 기여한 것이 혈당인지, 콜레스테롤인지, 혈압인지를 분석했더니 혈당은 세 枰?정도밖에 안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콜레스테롤 혈압도 함께 떨어뜨려야 한다. 운동과 식습관 조절이 중요하다.”
▷당뇨 합병증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당뇨병을 앓고 평균적으로 7~8년이 지나면 신경질환에 합병증이 오고 10년 지나면 눈에, 12~15년 지나면 콩팥에 온다. 대학병원을 찾는 당뇨 환자의 70% 이상이 손저림 등 신경 문제를 호소한다. 눈 합병증은 환자의 50%, 신장은 30%. 신장 투석은 20% 정도가 겪는다. 당뇨가 있고 합병증 있는 사람, 당뇨가 있고 합병증 없는 사람, 당뇨 없는 사람을 나눠보면 세 그룹 중 당뇨가 있지만 합병증 없는 사람이 가장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철저한 혈당조절을 통해 합병증에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에게 한마디 한다면.
“제대로 치료를 해도 당일 컨디션, 날씨 등으로 혈당 조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한 번 약을 먹으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약을 주저하는 환자도 많다. 생활습관이 바뀌거나 체형이 바뀌면 약을 끊거나 줄이게 될 수도 있다.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하루빨리 약을 먹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