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르츠방크타워 9000억에 인수
삼성증권, 싱가포르투자청 제치고 인수
삼성 금융계열사 작년부터 미국 시카고·프랑스 파리 등
해외 부동산 매입 잇따라
[ 나수지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11일 오후 4시30분
삼성증권과 삼성SRA자산운용이 독일 최고층이자 프랑크푸르트의 상징 건물인 코메르츠방크타워(사진)를 9000억원에 인수한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 컨소시엄은 코메르츠방크타워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애초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한국투자증권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삼성SRA자산운용 컨소시엄이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메르츠방크타워 매각주관사인 코메르츠레알운용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자 지난달 한국을 찾아 각 후보의 거래금액과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했다.
코메르츠방크타워 인수 자금은 삼성SRA자산운용이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과 지난해 조성한 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펀드(삼성SRA글로벌코어오피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를 통해 일부 조달할 계획이다. 나머지 자금은 늦어도 10월까지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모집해 확보할 예정이다.
삼성SRA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코메르츠방크타워는 프랑크푸르트의 대표적인 ‘트로피애셋(도심의 상징적인 부동산)’으로 꼽힌다.
코메르츠방크타워는 높이 259m, 총 56층 규모로 프랑크푸르트는 물론 독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2003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트라이엄프 팰리스가 지어지기 전까지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꼽혔다.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가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메르츠방크는 건물 매각 후 재임차(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건물을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며 “확실한 임차인을 확보했기 때문에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국내 기관투자가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RA자산운용과 모회사인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고 국내 오피스 빌딩은 시장에 내놓고 있다. 삼성SRA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미국 시카고 중심업무지구에 있는 BMO해리스은행 본사 건물을 3800억원에 사들였다. 올초에는 부동산 펀드를 통해 프랑스 파리 북서부에 있는 소웨스트오피스타워를 약 4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반면 모회사인 삼성생명은 서울 동교동에 있는 ‘동교동 빌딩’을 지난해 미국계 투자회사인 인베스코에 팔았다. 서울 종로의 랜드마크 건물인 종로타워와 수송타워도 지난해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사갔다.
수익성이 높은 해외 부동산 투자는 늘리는 대신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대비해 국내 부동산 자산은 팔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채를 장부가격 대신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IFRS4 2단계가 2020년부터 시행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RBC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험사의 대표적인 투자 자산은 부동산과 주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급여력 비율을 올리는 일이 아무리 다급하다고 하더라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팔 수는 없는 여건”이라며 “그런 이유로 부동산 중심의 거래를 늘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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