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기업 CEO의 제1 덕목은
기술 발전을 걱정할 게 아니라
기술을 이용하도록 설득하는 것
물류에 로봇·드론 도입한 아마존
효율 높이고 일자리 걱정도 덜어
정영학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가 인기다. 포켓몬고의 성공은 포켓몬스터라는 콘텐츠와 증강현실이라는 신기술의 융합으로 가능했다. 이전에 존재하던 것과 신기술이 융합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술의 발달이 사람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역사는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왔다. 20세기 초 증기기관이 처음 등장하자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꼈다. 에즈라 잭 키츠의 동화 《미국의 전설, 존 헨리 이야기》는 당시 미국 사람들이 기술의 발달을 어떤 시각으로 받아들였는지 잘 보여준다.
동화 주인공인 헨리는 터널 공사장에서 일하는 전설적인 노동자였다. 회사에서 증기기관을 이용한 터널 굴착기를 도입하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자 헨리가 나서 기계가 인간을 대치할 수 없다며 대결을 신청했다. 기계와 사람이 터널을 뚫는 대결을 펼친 결과 예상을 뒤엎고 헨리가 승리했다. 하지만 과로로 인해 헨리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당시 미국인들이 기술에 대해 가지고 있던 두려움을 엿볼 수 있는 동화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기술 발달을 걱정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항상 변화를 예견하는 선구자들이 있다. 인터넷이 막 등장한 1990년대 초 이미 가상 공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한 심리학자가 있었다. 지금 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1927년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은 ‘메트로폴리스’라는 영화를 통해 당시 존재하지도 않던 수많은 미래 모습을 그렸고 그 모습들 역시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됐다.
누군가는 꿈을 꾸고 누군가는 그 꿈을 현실로 실현하는 기술을 만든다. 다른 누군가는 그 기술을 기존의 것과 융합하는 방식을 통해 인류는 발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다르게 변한다. 무섭게 기술이 발달하는 이 시점에 사람이, 사람의 생각이 더 중요한 이유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조직문화로 발전시켜 경쟁력을 키운 회사가 있다. 올세인츠라는 영국의 종합패션업체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계 1.5세 윌리엄 김 사장이다.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간 김 사장은 영국에서 명품 업체 버버리의 온라인전략 총괄 이사가 됐고 2012년 올세인츠의 CEO 제안을 받았다. 김 사장이 취임할 당시 올세인츠는 거의 망하기 직전 상황이었다.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김 사장은 CEO 직을 수락했다. 그리고 패션과 기술의 융합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디지털 기술 속에 사람들이 녹아들어 함께 일하게 한다”는 명확한 비전을 세웠다. 동종 업계가 아닌 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을 벤치마킹해 창의적인 문화를 올세인츠에 접목시켰다. 그의 노력 뒤에는 ‘변화의 시작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결과 올세인츠는 영국 로컬 회사에서 세계 20개국에 직영점을 가진 글로벌 회사로 발전했다. 이 사례는 기술의 발달을 걱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변화를 걱정하는 리더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아마존도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키바시스템즈의 로봇 1만5000대를 도입했다. 로봇이 필요한 물건을 직원이 있는 장소로 이동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도입 첫해 물류 경쟁력은 20% 이상 향상됐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자리에 대한 걱정이 많았지만 아마존은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득했다. 이 결정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더 나아가 아마존은 한참 발전하고 있는 드론을 배송 수단으로 활용해 30분 이내 배송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더 강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격랑을 이기기 위해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조직의 경쟁력으로 융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리더가 변화 및 혁신을 성공시키려면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정영학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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