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중국 주도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자리를 결국 날리고 말았다. AIIB는 지난 주말 홈페이지를 통해 휴직계를 낸 홍기택 부총재가 맡던 투자위험책임자(CRO) 자리를 국장급으로 격하하고 후임자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한국 몫으로는 누가 후임으로 가더라도 부총재가 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분 3.81%로 AIIB에서 중국을 빼면 네 번째로 지분이 많은 한국의 위상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AIIB의 이번 결정은 우리로서는 당혹스럽다. 홍 부총재의 돌발적인 행동이 국제 외교가에까지 파다하게 알려지고 중국 측이 불쾌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AIIB 측이 홍 부총재에게 휴직을 먼저 요구했다는 것도 그런 점에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AIIB 부총재를 맡고 있는 나라는 한국 외에 인도 독일 인도네시아 영국 등 다른 나라도 있다. 한국 몫의 부총재라고는 해도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홍 부총재 개인 문제를 이유로 한국 몫의 부총재 자리를 아예 격하시켜버린 것은 무례하고 일방적인 조치일 수밖에 없다.
한국이 AIIB에 가입하기까지 많은 곡절이 있었다는 점은 중국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AIIB는 미국 일본 유럽이 주도해 온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설립을 주도했다. 미국의 맹방인 한국으로서는 아무래도 가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AIIB 가입 제의를 받고 8개월이나 시간을 끈 것도 그래서다. 국내에서도 많은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 4조원이 넘는 분담금을 내고 어렵사리 AIIB에 가입했다.
중국이 사소한 트집으로 부총재 자리 1석을 없애버린 것은 배신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한·중 FTA도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외의 날선 비판 속에 전승절 기념식에까지 참석했다. 하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믿을 만한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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