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대중가요를 듣다 보면 가사가 잘 안 들릴 때도 많다. 가사가 빨리 지나가는 것도 그렇지만 때론 들려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작사가가 은유적 혹은 중의적 표현을 써서 진짜 속내를 감춰뒀다면 더욱 그렇다. 미국 사람들도 팝송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아마도 대중가요 자체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젊을 때 팝음악 좀 들었다는 50~60대 치고 ‘호텔 캘리포니아’라는 곡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전설적 록밴드 ‘이글스’가 1976년에 발표해 다음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1978년 그래미상까지 받은 명곡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순위에서도 늘 몇 손가락 안에 든다.
문제는 이 곡의 가사다. 직역은 쉽다. ‘사막을 달려 어둑해질 무렵 캘리포니아 호텔에 들어섰는데 술과 춤이 있는 멋진 이곳은 천국인 듯하지만 향락에 찌든 지옥인 듯도 하다. 그런데 이 호텔은 원할 때 체크아웃은 할 수 있지만 절대 떠날 수는 없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뭘 뜻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오랫동안 수많은 해석이 나왔지만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호텔 캘리포니 틈?곧 미국과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한다는 해석부터 마약중독 상태 혹은 정신병원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사탄 숭배 내용이라는 견해도 있다. 공동 작사가인 이글스 멤버 돈 헨리와 글렌 프레이는 “늦은 밤 LA로 향하던 중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 창작했다”고만 말해 궁금증을 더해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호텔 캘리포니아’ 방식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가사 맨 끝부분 ‘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부분을 지금 영국 상황에 빗댄 것이다. 영국이 체크아웃 선언은 했지만 유럽시장을 포기하기도 아까운 만큼 한 발은 걸쳐 놓는, 노르웨이 방식을 택하는 게 차선일 수 있다는 얘기다.
노르웨이는 EU 회원은 아니지만 일정 분담금을 내고 일부 EU 규제도 받으며 유럽시장에 제한없이 접근하고 있다. 영국이 실제 이런 길을 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현재 영국이 처한 복잡하고 어정쩡한 상황을 잘 묘사한 기사다.
호텔 캘리포니아가 ‘천국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다(This could be heaven or this could be hell)’는 가사 부분 역시 브렉시트의 불투명한 미래를 말해주는 것 같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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